메르스 진원지로 삼성병원 비판 확산에 대국민 사과 용단
[뉴스핌=김선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이 23일 삼성서울병원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그가 공개석상에서 국민을 상대로 직접 입을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이 부회장의 48번째 생일이기도 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기자회견에서 허리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형석 사진기자> |
언론과의 직접적 접촉을 피해왔던 이 부회장이 이날 직접 사과문을 낭독하고 취재진의 카메라 앞에서 깊이 고개를 숙인 것은 메르스 확산에 있어 삼성의 책임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이 부회장은 사과문을 읽는 내내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으며, 중간 중간 마른침을 삼키기도 했다. 기자회견장을 나서기 직전 다시 고개를 숙인 이 부회장에게서 이날 만큼은 특유의 여유있는 미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2013년 5월 아들의 영훈중학교 부정 입학 의혹과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사과의 뜻을 피력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사과문을 배포했을 뿐 직접 취재진 앞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 등으로 인해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다 병원 소속 의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문제가 되는 등 삼성에 대한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국민들 앞에서 직접 사과의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주 이 부회장이 삼성서울병원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직접적이고 사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이에 지난달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선임되면서 공식적으로도 병원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이 부회장이 삼성 그룹을 대표해 이날 국민들을 향해 머리를 숙이기로 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저희 병원에서 워낙 많은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사과를 여러번 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저도 두번의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오늘 공익재단 이사장께서도 사과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