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서 1달러=300볼리바르, 공식 환율 50배 '훌쩍'
[뉴스핌=배효진 기자] 중남미 5위 경제국 베네수엘라가 경제위기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적자 확대, 인플레이션 급등 등으로 인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도 날로 고조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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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노점 시장 <출처=블룸버그통신> |
CNBC는 환율정보 제공업체 달러투데이닷컴을 인용해 14일(현지시각) 기준 베네수엘라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달러/볼리바르 환율이 300.72볼리바르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이날 베네수엘라 당국의 공식 환율 6.3볼리바르보다 50배나 낮다. 지난 1월 암시장 환율 173볼리바르에서도 42.47% 하락한 수치다. 베네수엘라는 2003년부터 고정 환율제를 채택해 달러화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국제유가가 절반 가까이 폭락한 영향이 컸다. 베네수엘라는 대표적인 원유 수출국으로 전체 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95%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3421억달러의 25%에 해당한다.
경제 불안이 지속되면서 디폴트 우려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유가하락 여파에 베네수엘라의 올해 경제가 7% 후퇴하고 인플레는 96.8%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지난해 10월 베네수엘라 경제가 2015년에 1%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당국이 볼리바르화 환율을 하향 조정하지 않으면 물가 상승률이 1000%에 육박할 것"이라며 "돈을 찍어내면서 인플레는 치솟지만 통화가치가 떨어지면서 다시 돈을 찍어내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엔리케 카프릴레스 야당 대표는 올해 4달 간 누적 물가상승률이 50%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당시 야당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올 1월과 2월 물가상승률이 각각 10.6%, 11.4%로 확인됐다"며 "연간으로 계산하면 96.3%에 이르는 셈"이라고 공개한 바 있다.
최근 국제유가가 반등세로 돌아섰지만 베네수엘라의 디폴트 우려 해소에는 역부족이다.
베네수엘라가 균형재정을 달성하려면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까지 올라야 한다. 유가는 지난 3월부터 40% 급반등해 현재 배럴당 60달러에 근접했다. 그러나 균형재정을 위한 가격에 비해 여전히 60% 가량 낮은 수준이다.
도이체방크 집계에서 13일 기준 베네수엘라의 5년 만기 신용부도스왑(CDS) 스프레드는 3276bp로 나타났다. 전 세계 신흥국 중 아르헨티나(5377bp)와 우크라이나(3885bp)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치다. 국가 신용도를 나타내는 CDS 스프레드는 신용도가 낮아지고 리스크가 커질수록 높다.
마크 챈들러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BBH) 애널리스트는 "유가 폭락에 디폴트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며 "정확한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당국은 디폴트 대신 볼리바르화 절하를 선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