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신뢰 부족으로 성과 좋을수록 과감한 차익실현"
[뉴스핌=박민선 기자] #회사원 배모씨(34)는 새로 차량을 구입하기 위해 가입했던 펀드를 환매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만 3가지 보유하고 있는 배씨는 그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A펀드를 환매하고 2년째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펀드는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해외펀드를 포함해 총 11가지 상품에 분산투자하고 있는 유모씨(58)는 1년 6개월전 투자해 최근 26%의 수익률을 거둔 국내 주식형 펀드를 환매해 올해 가을 결혼을 앞둔 아들의 주택 마련 자금에 보태기로 했다.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주식형펀드를 환매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상대적으로 고수익률을 기록한 상품일수록 투자자 이탈이 더욱 크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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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제로인(Funddoctor.co.kr)> |
14일 제로인(Funddoctor.co.kr)에 따르면 연초 이후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7조2445억원으로 지난해 전체의 2조5856억원에 비해서도 이미 3배 가까운 규모다.
지난 3월을 기점으로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뚫자 당장 2조2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유출됐고 4월에 그 규모를 더욱 확대해 3조6000억원 규모를 기록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매니저는 "시장이 워낙 장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2000선을 뚫으면서 환매 대기 세력들이 대거 빠져나가는 분위기"라며 "그만큼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대해 장기적인 신뢰를 갖지 못하고 있는 데다, 이번에는 차익실현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금이 많이 몰렸던 탓도 있지만 수익률이 좋은 펀드로 환매가 몰리면서 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되레 주식을 사지 못하고 파느라 바쁜 형국"이라면서, "손실이 너무 큰 경우 투자자들이 오히려 환매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반면 수익률을 거둔 상품에 대해서는 차익실현이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 신영밸류고배당 등 好성과 펀드에 환매 줄이어
가장 먼저 '신영밸류고배당(주식)C형'은 올해 들어 꾸준한 자금 유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혔던 '신영밸류고배당'은 올해 들어서만 5300억원 이상이 빠져나갔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의 누적 수익률은 2003년 설정 이후 559%로 화려한 성적을 자랑한다. 최근 1년 기준으로도 14.45%의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면서 지난해 무려 1조7000억원 이상이 몰려드는 등 국내주식형펀드 중 설정액 기준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탄탄한 수익률은 몰려드는 환매 요청으로 오히려 신영자산운용의 수탁고를 순식간에 비우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KB밸류포커스펀드' 역시 마찬가지. 지난 2009년 출시 이후 총 147%의 성과를 달성했으며 최근 6개월 기준 13.58%의 수익률을 거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884억원이 유출되면서 환매 행렬의 중심에 서있다.
그외에도 연초 이후 기준 각각 13.83%, 19.25%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한국투자 네비게이터'와 '신영마라톤'도 연초 이후에 빠져나간 돈만 2400억원, 1400억원으로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설정액 기준 6위(1조5000억원)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A)'는 최근 1년간 마이너스(-)7.29%, 2년간 마이너스(-)13.95%를 각각 기록하는 등 최근 5년간 전반적으로 플러스 수익을 거두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환매된 금액은 800억원 규모에 불과하다.
투자자가 환매하는 기준으로 현 시점에서 가장 좋은 수익률을 거둔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이다.
또다른 자산운용사 운용본부장은 "장기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은 펀드가 원금 회복할 때까지 보유하는 것보다는 손실을 감수하며 조정하고 성과가 좋은 펀드에 대한 투자 기간이나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특히 배당주 펀드의 경우 시장과 연계성이 낮은 상품 중 하나인데도 투자자들이 착각해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불안감을 느끼며 환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품의 성격을 파악해서 리밸런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