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달러, 1.10달러 목전…“장기 강세 트렌드는 지속”
[뉴스핌=김민정 기자] 올해 들어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처럼 달리던 '수퍼달러'가 주춤하고 있다. 3월 중순 강세 흐름의 절정을 달리던 달러는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강세 속도는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에 상승 흐름을 타던 달러는 최근 지표 부진에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강세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15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3월 고용지표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의구심을 주기엔 충분했다. 부진한 지표에 놀란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예상 시점을 당초 6~9월에서 연말로 미루고 있다.
미 달러화<신화/뉴시스> |
지난달 13일 주요 6개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18로 2003년 4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완화에 따른 유로화 약세가 맞물리며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3월 회의를 전후로 상황은 반전됐다.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성명서에서 ‘인내심’ 문구를 삭제하며 6월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신중함’을 강조하면서 금리 인상이 급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달러 강세에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달러인덱스는 점차 레벨을 낮췄다.
역설적이지만 달러 강세 자체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달러 강세로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달러 강세로 인한 수출 가격 경쟁력 약화로 손실을 입고 있다. 이는 결국 임금과 고용, 소비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3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3월 비농업 부문의 신규 일자리는 12만6000개 증가에 그쳐 2013년 12월 이후 가장 적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표 약세가 달러 강세의 부작용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달러 강세 분위기 예전만 못할 것”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절정을 지나갔다고 분석하고 있다. 6일 오전 11시 24분 현재 달러인덱스는 96.765를 나타내고 있으며 유로/달러 환율은 1.0974달러를 기록 중이다.
데이빗 우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 글로벌 통화부문 헤드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수월했던 달러 랠리는 확실히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투자자들도 달러 강세 포지션을 줄이고 있다. 최근 몇 주 사이 상당량의 달러 강세 포지션을 줄인 미국 자산관리업체 뉴버거 베르만의 우고 란치오니 통화매니저는 “달러 랠리가 멈출 것이란 건 아니다”며 “다만 달러는 이전보다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지표 부진 때문만이 아니라 시기상 달러 랠리 자체가 멈출 때가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마크 다우딩 블루베이에셋매니지먼트 투자등급채권 공동 투자 헤드는 “달러 랠리는 20년 만에 한 번 정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의 움직임”이라며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생각을 하긴 하지만 움직임은 훨씬 더 점진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달러 강세를 주춤하게 하는 요인이다. 3월 유로존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2로 10개월래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ECB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1.5%로 기존의 1.0%에서 상향 조정했다.
그렇다고 달러 강세 기조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들이 달러가 장기적으로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달러표시 채권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달러를 지지해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자들은 유로존 국채가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미국채를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10년 만기 국채를 비교하면 독일 금리는 0.19%, 미국 금리는 1.84%다.
크리스토퍼 스탠튼 캐피탈파트너스 매니저는 “유럽은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지 않을 것이고 미국 금리는 상승하게 될 것”이라며 “유로화에 대한 달러의 장기 강세 기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