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경영권 간섭 범위 판단, 쟁점 사안으로 부각
[뉴스핌=한기진 기자] 법원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과 관련, 노사의 대화를 요구했다. 양 은행 조기통합도 5월까지 어렵게 됐다.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하나금융지주를 '외환은행지주'로 만들겠다고 밝힌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수석부장판사 김용대)는 3일 오후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노조를 상대로 낸 통합중단 가처분에 대한 이의신청 심의를 진행하고 오는 5월 15일 다시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다음 심의까지 약 한달 동안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에 대화를 요구했다.
김용대 판사는 “재판부는 누가 대화를 안 하는지 봐야 한다”면서 “(노사 가운데) 대화를 누가 열심히 하는지 (심의결정에) 참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재판진이 지난 2월 외환은행 노조의 통합중단 가처분 결정을 받아들일 때와 달라 생긴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심의에서 경영권에 대한 권한을 노조에 어느 정도까지 인정할 것인지도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하나금융 소송대리인은 “합병은 고도의 경영판단으로 노조와 합의사안이 아니다"면서 "이번 심의 결과가 앞으로 국내 기업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을 부탁한다”고 했다.
만일 합병을 노조와 합의사안으로 인정하면, 국내 모든 기업은 인수합병(M&A)때마다 이사회와 대주주의 승인 말고도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외환은행 노조가 조기통합과 관련 협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2.17합의서다. 지난 2012년 2월 17일 노사는 독립경영 5년과 관련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를 근거로 지난 2월 법원은 “사용자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라도 노사는 단체교섭을 진행할 수 있다”며 노조의 통합중단 가처분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날 하나금융 소송대리인 측은 과거 조흥은행 노조가 조기합병을 추진했던 신한은행을 상대로 한 통합중단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한 판례를 들고 나왔다. 당시 법원은 “합병은 신한금융지주가 결정할 사안이다”라며 합병은 사측의 경영판단 사안임으로 인정했다.
소송대리인 측은 “합병과 같은 고도의 판단은 근로자와 합의사안이 아니고, 외환은행 노조는 합병 대신 대주주인 하나금융지주가 아닌 외환은행금융지주로 만들자고 투쟁 소식지 등에서 주장했다”고 밝혔다.
합병이 시급한 이유에 대해서 우선, 금융산업의 생명과 같은 신뢰성에 큰 문제가 생기고 있음을 강조했다. 과거 동화은행이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신뢰도가 추락하자 1년만에 흑자에서 10배 적자로 돌아서 결국 문을 닫아야 했던 사례를 들었다. 또 인수 당시에 예측했던 핵심이익이 최근 35%나 적게 나고 있다.
이에 대해 외환은행 노조 소송대리인은 “사측의 주장은 왜곡된 것이고 급격한 경영위협에 대해서는 사측은 노조와 합의해야 하고 합병 기준도 아니다”면서 “가처분결정에 따른 합병중단도 6월 30일까지이지 앞으로도 합병이 어렵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