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실적 악화·은행 대출 축소"…수익률 스프레드 확대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채권시장이 금융위기 전보다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불리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미국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부진했던 데다 은행 대출 문턱도 높아지면서 채권시장 수익률 스프레드가 확대됐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26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등급이 A인 채권과 Baa인 채권은 수익률 스프레드가 각각 134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와 196bp로 조사됐다.
(투자적격 등급) 채권 5년물의 수익률 스프레드 추이. 최근 들어 수익률 스프레드가 금융위기 발생 전인 2007년 전에 비해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무디스> |
수익률 스프레드란 특정 만기의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동일 만기의 정부채 수익률에 추가로 얹어주는 수익률을 말한다. 회사채에 투자했을 때 부담하는 신용위험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보면 된다.
무디스는 미국 회사채 시장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이처럼 확대된 것에는 ▲미국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둔화와 ▲높아진 은행 대출 문턱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 상장 기업들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위축됐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가 하락에 따른 에너지주들의 실적 타격, 달러 강세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 등이 S&P500 기업들의 순익 전망을 낮추고 있다.
기업들의 은행대출 통로가 좁아진 것도 자금시장을 위축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에 기업대출 의사가 있는지를 지수로 나타낸 결과 지난해 2분기의 35.4에서 올해 1분기에 20.6으로 하락했다. 이는 2007년 6월 이전의 4년 평균치인 26.2에도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은행들이 신용위험을 부담해야 하는 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는 뜻이다.
무디스는 "은행의 신용공급 위축과 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 스프레드 확대는 0.79의 높은 상관계수를 지닌다"며 "은행들이 기업 대출에 좀더 신중을 기하면서 스프레드도 따라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미국 경기 전반에 충분히 온기가 퍼지지 못하면서 채권시장에도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무디스는 "저유가를 통해 가계 구매력이 향상됐고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 밑으로 떨어졌는데도 소비지출과 주택판매는 기대한 만큼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1년간 하락세를 지속, 26일(현지시각) 기준 3.69%를 나타냈다. 다만 미국 주택거래는 뚜렷한 개선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에 따르면 이달 미국의 단독주택 판매는 5개월래 최저로 떨어졌다. 전미중개인협회(NAR)가 집계한 지난달 기존주택판매도 488만건에 그쳐, 전망치인 490만건을 하회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