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인근 대학원 인기…학위 따기 어려워져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K국장은 지난 2012년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KDI스쿨) 박사과정에 등록했다. 외국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지만 퇴직후 대학에라도 들어가려면 박사학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최근 관피아 논란으로 인해 퇴직공무원들에게 대학교가 제2의 직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민간회사에 들어가려면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도 거쳐야 하고 현직 시절 업무와 연관성도 따져야 하지만 대학교는 그런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오석 전 부총리는 국립외교원 석좌교수로,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은 중앙대학교 경영경제대학 석좌교수, 김동연 전 국무조정실장은 최근 아주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학교수에 임용되기 위해서는 박사학위가 필요하다. 규정으로는 석사학위만으로도 학부과정 강의를 할 수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박사학위를 갖춰야한다. 이에 퇴직을 앞둔 고위공무원은 물론 미리미리 학위를 받자는 수요까지 가세해 대학원 박사과정이 인기다.
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 35명(국장급 3석 공석)중에 12명이 박사학위(수료 포함)를 갖고 있다. 약 34% 수준이다. 나머지 20여명도 대부분 공직생활 중에 국비유학을 통해 석사학위를 갖고 있다. 여건이 허락되면 언제라도 박사 학위 취득에 나설 수 있다.
정부청사가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고 나서는 세종시 인근 대학원들이 인기다. KDI도 서울 홍릉동에서 세종시로 내려와 공무원들의 박사과정 등록이 늘었다.
세종시로 이전하고 공무원들의 관심이 커진 KDI스쿨 전경. |
세무관련 대학원이 있는 호서대와 강남대 등은 세제실 공무원들이 주로 등록하는 곳이다. 경제부처에 근무하는 한 과장급 공무원은 "세종시로 오고 나서 인근에 대학들이 대학원 입학 안내책자를 보내줬다"며 "야간이나 주말에 대학원에 다니는 직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고위공직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박사학위 논문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자 박사학위에 대한 관심이 줄었다는 주장도 있다. 대학원 출석과 시험, 논문을 제대로 못하면서도 박사학위를 받으면 나중에 청문회에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예전에는 교수 재량으로 공무원들에게 학위를 쉽게 주기도 했으나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다.
기재부 공무원 A씨는 "예전에는 세제실 고위공무원은 세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교수 재량으로 박사 따기가 쉬웠다고 들었다"며 "최근에는 보는 눈도 많고 일하는 시간에 대학원 다녔다고 찍힐 수도 있어서 상대적으로 힘들어졌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