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논문 소개
[뉴스핌=노종빈 기자] 은행업종 종사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19일(현지시각) 세계적인 과학 전문지 네이처(Nature) 최신호에 실렸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연구팀은 총 200명의 은행업종 종사자들 대상으로 각 100명씩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동전던지기 결과를 맞출 경우 20달러씩 상금을 받을 수 있는 게임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128명은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글로벌 은행의 직원들이었다.
연구팀은 은행원들이 이 게임을 하기 전에 실험군에는 은행업종의 직무를 연상시키는 질문, 예컨대 "당신은 은행에서 어떤 업무를 하고 있습니까" 등의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들었다.
반면 대조군에는 "당신은 1주일에 몇시간 동안 TV를 시청합니까"와 같은 일상적인 질문을 했다.
그리고 두 그룹을 대상으로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혼자서 동전던지기 실험을 하게 했다. 즉 동전의 앞면과 뒷면 중 어느 면이 나올지를 미리 예측하고 10번 던지게 한 후 그 결과를 온라인 전송방식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이 게임의 경우 모든 사람이 정직하게 결과를 통보했다면 승패의 확률은 각각 50%가 나오게 된다.
실제로 대조군, 즉 일상적인 질문을 받은 은행원들의 경우 승률이 51.6%를 기록, 거의 반반에 가까운 확률이 나왔다.
하지만 사전 질문을 통해 자신이 은행업종 종사자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경우는 승률 58.2%란 결과가 나왔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정직하지 않다는 쪽으로 기울어진 결과로 전체 100명 가운데 약 26%는 결과에 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추정됐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은행업 종사자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내보인 경우에 부정직하게 행동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결과가 은행 직종에만 국한된 것인지 살펴보기 위해서 제약업과 통신업, IT기술 업종 종사자들과 학생들도 참가시켜 동일한 방식으로 실험해봤다.
실험 결과 은행 업종이 아닌 타업종에서는 업무와 연관된 질문을 받은 피실험자들은 승패의 결과를 속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 클레어 빌레발 리용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조사결과는 은행업 종사자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흔히 하고 있는 생각들을 재확인해준다"며 "금융산업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기업 문화 조성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취리히 대학 알랭 콘 박사는 "은행 경영진은 신뢰감을 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구축하도록 회사를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의사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는 것과 같이 은행업 종사자들도 자신들의 눈앞에 이익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느낄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