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금·결제 협력 논의 못해, "애플 맞선 전략 수립" 추측도
[뉴스핌=한기진 기자] 삼성전자의 전자지갑 서비스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바일 결제 및 소액 송금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계좌 이용 등에 관해 구체적인 협의가 있어야 하는데 양측은 논의는 물론, 감독당국의 보안성 심사조차 신청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자지갑 시장은 내달 10일경 서비스를 시작하는 다음카카오의 ‘뱅크월렛카카오’가 주도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애플페이’에 맞선 서비스에 공을 들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위한 보안성 심사를 금융감독당국에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지난 7월 e기프트카드와 관련한 보안성 심사를 신청했을 뿐 옐로페이와 제휴한 전자지갑과 관련한 심사신청은 없었다”고 말했다. e기프트카드는 스마트폰으로 기프트카드를 사용하는 서비스로 결제나 송금서비스를 하는 전자지갑과는 거리가 멀다.
당초 삼성전자는 결제대행업체(PG)인 옐로페이와 협력해 전자지갑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금융사업을 추진했다. 옐로페이는 우리, 신한, KB국민, NH농협, 씨티은행 등 6개 은행과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삼성전자도 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삼성전자의 전자지갑은 삼성월렛 앱을 내려받아 계좌에 등록하면 사용할 수 있다. 송금에 필요한 인프라를 옐로페이가 제공하고 제휴사인 6개 은행의 송금 서비스를 삼성월렛에서 무료로 이용하게 한다는 것.
또한 옐로페이가 제공하는 ‘옐로머니’ 충전기능을 삼성월렛과 연동시켜 소액결제 서비스도 하도록 했다. 미리 일정 금액을 옐로머니에 예치해놓고, 이 돈으로 모바일 쇼핑이나 식당에서 소액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삼성이 계획한 모바일 금융서비스 전부가 은행 계좌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옐로페이가 제휴 서비스를 제삼자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옐로페이와 은행 사이의 전자금융사업자와 폰 뱅킹 계약을 맺고 이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는 은행과 새로운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또한 감독당국에 은행과 삼성전자 모두 보안성 심사를 새로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은행과 삼성전자는 관련 논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A시중은행 스마트뱅킹 책임자는 “옐로페이의 서비스를 삼성전자가 사용한다면 은행 고유의 뱅킹 업무를 침해하는 것으로, 은행은 일부 금융서비스를 막을 수밖에 없다”면서 “양측간 협의가 필요한데, 현재 어떠한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삼성의 전자지갑 서비스에 은행권의 관심이 떨어져 삼성이 먼저 사업제의를 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은행권은 다음 카카오의 3700만에 달하는 사용자 기반을 삼성 브랜드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본다. 또한 다음카카오는 뱅크월렛카카오라는 영업채널만 제공했을 뿐 결제 및 송금 시스템은 16개 은행이 직접 설계하고 제공하는 주도권을 은행이 갖고 있다. 뱅크월렛카카오로 하루 10만원까지 송금하고 최대 50만원까지 충전해 자유롭게 모바일 결제에 사용할 수 있다.
B은행 스마트금융 관계자는 “삼성은 갤럭시나 노트 등 스마트폰 제조사이지 은행이 관심있는 고객 기반을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