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불안·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자금 '썰물'
[뉴스핌=주명호 기자] 올해 초 뜨거웠던 유럽증시 투자 열풍이 급격히 식어가고 있다. 살아나는 듯 보였던 유럽 경제가 다시금 악화된 데다,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 또한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투자자들이 앞다퉈 유럽 비중 축소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승승장구했던 유럽증시는 최근 두 달간 부진을 거듭하며 그간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유럽 15개국 증시를 종합한 MSCI 유럽지수(Europe Index)는 6월 초 연고점에서 현재까지 5.1% 하락했다. 연초대비로는 0.9% 상승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 됐다.
반면 미국증시는 중간중간 조정을 겪으면서도 상승 흐름을 꾸준히 이어갔다. 미국 경제회복에 대한 신뢰가 날로 굳건해진 까닭이다. S&P500지수는 올해 초 이후 현재까지 4.8% 상승했다.
그간 유럽증시를 향했던 투자자들도 방향을 전환했다. 투자리서치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 주식펀드들의 유럽증시 자금흐름은 7월 들어 순유출로 돌아섰다. 유입세가 지속됐던 지난해 여름 이후 처음이다.
미국 및 유럽의 증시 변동(좌) 및 유럽증시에 투자하는 미국 주식펀드들의 자금 흐름 추이(우). [자료 : WSJ, Morningstar] |
주된 이유는 다시금 대두된 유럽 경제위기 불안감 때문이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은 러시아 경제제재 여파로 1년 만에 국내총생산(GDP)이 위축됐다. 이탈리아는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다시 경기침체기에 들어섰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행보도 자금 이탈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리처드 번스타인 어드바이저스의 리처드 번스타인 회장은 "디플레 우려가 점점 커지는데도 ECB는 신경을 안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때 23%까지 키웠던 자사 펀드 내 유럽주식 비중을 18.7%로 하향조정했다.
다만 이런 하락세는 그만큼 유럽증시가 미국 등 다른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새로운 매수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MSCI유럽지수의 향후 12개월 실적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13.6배로 S&P500의 15.3배에 비해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향후 증시를 반등시킬 만한 재료가 등장할 것인가 여부다. JP모건의 마이크 쉔호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유럽이 미국보다 상당히 싸지만 올해 말까지 증시를 크게 개선시킬 만한 촉매가 단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