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 기업 전체 현금 자산의 36% 보유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목되는 가운데 비즈니스 세계 역시 부의 불평등 문제가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판급 블루칩을 중심으로 미국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현금 자산을 쌓아둔 것은 이미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의 쏠림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고 시장 전문가는 지적하고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8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 푸어스(S&P)에 따르면 18개 대기업에 미국 전체 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의 36%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9년 27%에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현금 자산 보유 기준 상위 20%를 제외한 나머지 80%의 기업이 보유한 부는 11%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코카콜라, 애플, 포드 자동차 등 이른바 다국적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상위 1% 기업들이 해외에서 상당 규모의 이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익금을 미국으로 송환하지 않으면서 현금 자산이 눈덩이로 쌓이는 상황이다.
S&P의 앤드류 창 분석가는 “개인과 달리 기업들은 상위 1%에 속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며 “상위 1% 기업들의 현금 자산이 대폭 불어난 것은 세제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눈덩이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의 풍요 속 빈곤 현상이다. S&P에 따르면 상위 1% 기업이 보유한 현금 자산의 83%는 해외 시장에서 창출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세금 부담으로 인해 기업들은 현금을 해외에 묻어두고 있고,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이익은 운용 비용을 충당하는 데 충분하지 않은 실정이다.
애플과 시스코 시스템스 등 공룡 IT 업체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애플은 총 407억달러의 현금 자산 중 78%를 해외에 묻어두고 있고, 지난해 배당 지급을 포함해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170억달러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기업 경영자들은 해외 이익금을 송환하는 것보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편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말한다.
한편 미국 기업들의 최근 해외 잇따른 기업 인수합병(M&A)과 본사 이전 역시 해외 이익금에 대한 세금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와 관련, 제이콥 루 재무장관은 지난달 15일 의회에 전달한 서한을 통해 세금 회피 목적의 기업 해외 이전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경제적인 측면의 애국심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