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유동성 선진국으로 이동중"
[뉴스핌=서정은 기자] 한동안 국내 증시를 쓸어담았던 외국인 투자자 수급에 변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은 나타나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순매수 지속 기대감을 높일 상황도 아니라고 진단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순매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26일부터 4월 25일까지 약 한 달 간 4조259억원 가량을 누적순매수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3월 25일까지 4조3000억원을 순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순매도 규모의 대부분을 채운 셈이다.
하지만 최근 사흘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4월 28일부터 사흘간 약 3000억원 가량을 연일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그림=SK증권> |
증시전문가들은 실적 시즌 여파, 원화강세 등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만큼 당분간 녹록치 않은 수급상황이 전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실적 시즌 '어닝쇼크'로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는데도 이번 시즌에 기업들이 기대치를 충족 못해 증시 모멘텀이 떨어졌다"며 "예를들어 삼성전자와 비교되는 애플만 봐도 배당확대 등 호재를 쏟아내는데 반해 우리는 그런 모습이 없다보니 부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최근 증시가 반등하면서 코스피가 2000선까지 치닫자 밸류에이션 매력도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김영준 SK증권 스트래티지스트는 "국내 증시의 ROE가 11.22%까지 떨어지면서 PBR 1.02배 수준의 우리 증시가 다른 이머징 증시나 이머징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 싸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ROE가 추가로 개선되거나 PBR이 추가로 하락해야만 비로소 이머징 대비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매수세가 적극적이진 않겠지만 실적 우려가 해소된 후엔 다시 컴백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백윤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가 추세적으로 오르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다른 이머징 아시아 국가에 비해 어닝모멘텀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라며 "다만 최근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낮아진 눈높이를 충족한다면 앞으로 실적 우려 재료는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중화권과 한국 시장에서 펀드 자금 유출이 지속되는 등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중국 수출경합지수(ESI)가 저점에서 탈피를 시도 중인만큼 벌써부터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대준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지금은 원화강세 여파로 증시가 잠시 흔들리고, 상대적으로 선진국 증시가 견조해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며 "하지만 중국의 제조업지수가 50을 넘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미국 증시의 고평가 논란이 재점화되면 다시금 국내 증시로 돌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서정은 기자 (love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