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제철 자산인수 시험대
[뉴스핌=우동환 기자]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공식 취임한 지 한 달을 맞이한 가운데 '위대한 포스코'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출항했던 권오준호(號)의 기수가 어디로 향할 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출범 후 순풍을 기대했지만 곧바로 동부제철 자산 인수 제안이라는 변수를 만나 지도력을 시험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권 회장은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제8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한 바 있다.
당시 권 회장은 취임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철강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해 위대한 포스코로 만들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진 바 있다.
그는 이를 위해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원수를 감축하고 4개 본부로 사업부를 통합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또한 그동안 무리하게 추진됐던 사업들은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친 바 있다.
권 회장의 이런 다짐은 취임 전까지 불거졌던 회장 인선 외압설로 시달렸던 포스코에 대해 새로운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산업은행이 포스코에 동부그룹 자산 패키지 인수 제안을 해오면서 권 회장의 초심이 곧바로 시험대에 오른 모양세다.
◆권 회장의 조타키 어디로… "우회" vs "정면돌파"
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해 포스코의 투자 부담 경감을 위해 지분 70∼80%를 부담하고, 포스코가 나머지 20~30% 소유하는 방안과 함께 동부발전당진에 대해서는 포스코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
권 회장 취임 직후에 나온 산은의 제안에 포스코는 일단 당혹스러워 하면서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산은의 제안을 검토한 후 비밀유지약정서를 체결하고 동부 자산에 대해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공장에 대한 현장 실사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동부그룹의 데이터 룸을 통해 자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가 동부 자산에 대해 실사에 들어갔음에도 여전히 인수 가능성은 미지수다. 최근 포스코 창립기념일에서 권 회장은 인수 가능성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과는 맞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권 회장은 발언에 대해 업계에서는 인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는 해석과 함께 인수 가격을 낮추려는 포석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전자는 취임 당시 재무구조 개선을 과제로 내걸었던 만큼, 인수 시너지가 약한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떠안는 것은 부담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권 회장은 동부그룹 자산 인수 제안을 우회하는 전략을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는 달리 일각에서는 동부발전당진의 메리트와 다름 아닌 산은의 제안이라는 점에서 권 회장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속내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권 회장은 인수를 위해서는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외압설과 초심에 대한 의구심 등을 정면으로 돌파해야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권 회장은 동부 자산에 대한 실사가 약 한 달 정도 걸릴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권 회장의 선택에 따라 포스코호의 항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동부제철 자산인수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지만, 권오준 회장이 내실경영에 초점을 맞춰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 (redwax7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