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사주 매입 금융위기 이후 최대, 올해도 지속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지난해 S&P500 지수 편입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올해도 열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미국 간판급 기업들이 눈덩이 현금 자산을 보유한 가운데 투자보다 주주환원에 집중하는 움직임이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26일(현지시각) S&P 다우존스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 기업의 자사주 매입이 4756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9% 급증한 것으로, 2007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S&P500 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지난해 자사주 매입을 실시한 기업은 401개에 달했고, 이 가운데 배당을 지급한 기업은 339개로 집계됐다.
또 196개 기업은 자사주 매입보다 배당 지급액이 더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분기에만 미국 기업은 1294억달러 규모로 자사주 매입을 단행했다.
같은 기간 자사주 매입과 배당 총액은 2144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강타했던 2009년 2분기 718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난 것이다.
올들어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다소 주춤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사주 매입 규모는 8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2월에 비해 32% 급감한 것이다.
주요 기업의 자사주 매입은 직접적인 주가 상승 엔진으로 작용한 동시에 투자심리를 크게 고무시켰다.
지난해 S&P500 지수가 30% 가까이 뛴 것은 기업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는 분석이다.
기업이 자사주를 사들여 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 수가 줄어들면 주당순이익이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오고, 이는 다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이익이 늘어나지 않아도 자사주 매입으로 인해 주당순이익과 주가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S&P 다우존스 지수의 호워드 실버블라트 애널리스트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 및 주주환원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과 IBM, 화이자,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지난해에 이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의 주축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기업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없지 않다. 블랙록의 로렌스 팽크 최고경영자는 최근 기업의 현금 자산 운용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주주환원에 지나친 비중을 둘 것이 아니라 고용과 장기 투자 등 보다 효율적이고, 성장에 보탬이 되는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