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윤선 기자] 중국의 개혁개방 가속화와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참여 가능성이 흘러나오면서, 현재 50대 50의 구조로 돼 있는 자동차 합작의 국내외 지분 규제에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분 규제완화는 로컬자동차 업체에 타격을 줄것이라는 우려와 산업발전을 위해 시장개방을 확대하는게 옳다는 주장이 교차하고 있다.
18일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는 최근들어 중국 정부가 일부 국가와 양자간 투자 협정을 추진하고 자유무역지대를 설립하는 등 개혁개방을 확대하면서 이에 부합하는 정책 조정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중국내 자동차 합작회사 설립시 외자쪽의 지분을 절반 이하로 제한한 지분 출자 규제 조항에 대한 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중국내에서 나오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외자가 들어와 중국에서 합작 자동차회사를 설립할 때 국내외 지분 비중을 50대 50으로 묶어두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자동차협회 등 일각에서는 자동차 합자회사의 외자 지분 규제 조항을 완화할 경우 중국 로컬 업체들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작년 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자동차, 철강 등 일반 제조업 분야의 외자진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천명한데 이어, 최근들어 현지 언론이 중국의 TPP 참여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자동차 시장의 외자 진입 장벽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중국 상무부연구원의 왕즈러(王志樂) 연구원은 21세기경제보도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미국이 주도하는 TPP가 중국을 견제하려는 협정으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일각에서는 TPP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고 좀 더 개방된 태도로 세계시장 경쟁에 참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의 국제정세가 중국의 TPP 가입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근들어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다, 일본이 TPP 참여를 표명하면서 중국이 다급해졌다는 것.
중국도 현재 한중일FTA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RCEP) 협상에 모두 참여하고 있지만 일본이 EU, 미국과 먼저 FTA협상을 마무리 질 경우, 한중일FTA의 영향력이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중국 매체는 전했다.
사실 중국은 작년 7월 제5차 중미전략경제대화를 통해 양자간 투자협정 교섭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양국은 내국민대우 원칙과 수입금지 품목 열거 목록인 네거티브리스트 방식을 바탕으로 투자협정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네거티브리스트에 실린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로컬 기업과 동등한 대우를 누릴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중국이 자동차 합자 지분 비중을 여전히 50대 50으로 규정하는 등 기존 정책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도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자국에 진출하는 중국 IT기업에 50대 50의 동일한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중국이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한 자동차 산업보다 더 중요한 산업이 미국 등 해외에서 불평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중국내 자동차 합자지분 규제 정책을 하루빨리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미국 주도의 TPP에 참여하기란 사실상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보다 더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제기됐다.
왕즈러 연구원은 "중국이 WTO 가입을 위해 중앙정부가 2300개 조항에 달하는 법률법규를 수정했으며, 지방정부는 1만9000여개 조항의 지방법규를 고쳤다"며 "TPP 가입 시 중국 정부는 또 다시 대대적인 정책 수정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쉬운 작업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왕 연구원은 "중국이 TPP에 참여하면 중국로컬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TPP 협상에는 화물 무역에 대한 100% 관세 면제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중국 정부가 더 이상 국유기업에만 특별 대우를 해줄 수 없기 때문에 자동차 시장의 외자 진입 문턱을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중국 정부의 TPP 참여 결정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환경 속에서 일부 중국 전문가들은 로컬 자동차 업체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더욱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리(吉利)자동차의 볼보 인수만 놓고 봐도 현재의 합자회사 지분 규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임을 보여준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지리자동차가 볼보를 인수한 후에도 정부 부처에서는 볼보를 내자로 인정하지 않고 심사비준 과정에서 늑장을 부리는 등 불평등한 대우를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외자 기업도 중국은 해외에서 외국기업 지분 100%를 몽땅 인수하면서, 정작 중국내에서는 합자 지분비중을 50대 50으로 제한을 두고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지리자동차 리수푸(李書福) 회장은 "국가산업정책이 무조건 자국 자동차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마치 '부모가 자식을 과잉보호'하는 겪"이라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외자에 대한 시장개방 확대에 찬성 입장을 드러냈다.
[뉴스핌 Newspim] 조윤선 기자 (yoons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