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현미 기자] “의료계에는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 두 축이 있는데 의사협회가 병원을 도외시하고 (파업을) 진행하는 것은 벌써 실패한 것이다.” 중대형 병원계를 대표하는 대한병원협회의 백성길 부회장은 지난 14일 병원협회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지적했다. 의사협회가 그간 쉬쉬했던 병원계와의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의사협회는 오는 3월 3일 총파업(전면 휴진)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학교수 등이 병원의사들도 적잖게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의사협회는 동네병원 원장 즉 개원의들이 중심이 된 단체여서 파업 결정도 개원의들이 주도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12일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파업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의사협회는 이날 3월 3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사진=김학선 기자(yooksa@newspim.com)> |
그러나 병원협회는 파업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미뤄왔다. 다만 의사협회가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정부의 의료법인 자법인(자회사) 설립 허용 방침에 찬성하며 파업 불참 가능성을 열어뒀다. 의료법인은 병원협회 회원인 중형병원이 대부분이다.
또 다른 파업 이유인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원격의료 시행으로 인한 이득을 회원 병원들이 누릴 수 있어서다. 의사협회는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병원협회의 주축인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현상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병원협회는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야 파업을 비롯해 원격의료 등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원격의료의 경우 국내 도입이 다른나라에 비해 늦었다며 빠른 시행을 구했다. 김윤수 병원협회 회장은 "대면진료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나 원격의료는 이미 다른나라에서 모두 시행하고 있으며 글로벌 시대인만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병원 자회사 허용은 찬성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회장은 “자회사 허용은 새로운 투자를 통해 재정적으로 어려운 중소병원을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제도를 의료민영화와 결부시켜서는 안된다며 의사협회를 비난했다. 그는 “병원 자회사 설립 허용은 의료민영화나 영리병원과 관계가 없다”며 “사회문제화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업에 대해서는 사실상 불참 의사를 나타났다. 의사협회가 총파업을 확정하면 참석 여부를 검토하겠다면서도 “환자를 볼모로 병원 문을 닫고 투쟁에 나서는 것은 환영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
의사협회는 지난 12일 전국 의사 대표들이 모인 가운에 총파업을 결정했으며 내달 중순 회원 설문조사를 거쳐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병원협회의 결정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환자 불편을 내세웠지만 원격의료나 자회사 허용으로 인해 실보다 득보다는 많은 중대형병원 입장에선 파업에 동참할 이유가 없어서다.
의사협회는 병원협회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은 “병원 경영이 절박해 장기적 원칙보다 경영 피해를 우려할 수밖에 없겠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병원협회는 경영자 단체이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의사협회 소속”이라며 병원협회 판단이 소속 의사들의 생각과 다를 수 있음을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조현미 기자 (hm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