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외교원 50주년 학술회의…'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강조
[뉴스핌=이영태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한국이 속한 동북아는 전쟁과 빈곤의 땅에서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세계의 성장을 이끄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앞으로 동북아시아를 EU와 같은 공동시장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자신이 제안한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실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국립외교원 청사에서 개최된 '국립외교원 설립 5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 축사에서 "동북아는 가까운 장래에 세계 최대의 경제권으로 부상할 수 있는 잠재력도 갖고 있다"며 "그러나 엄청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정치안보적 현실은 역내통합을 뒷받침하기 보다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역내에서는 긴장이 멈추지 않고 있고 군사적 충돌의 위험도 상존한다"며 "한반도의 분단이 70년 가까이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하며 긴장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역내 국가간 역사관의 괴리로 인한 불신과 일부 영토문제를 둘러싼 갈등과 충돌의 소지도 커지고 있다"며 "이는 분명 아시아적 패러독스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반세기 동안 역내 국가들이 모든 노력과 정성을 다해 오늘의 번영을 이뤄낸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를 대립과 불신으로 인해 놓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근대사에서 여러 차례 큰 전쟁을 한 아픈 과거가 있었지만 자성과 공존의식을 갖고 석탄과 철강으로 교류를 시작했고 그것이 오늘날 EU의 기초가 됐다"며 "이런 유럽의 경험은 동북아에 사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갖게 한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제가 제안해 온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역내 국가들이 작지만 의미있는 협력부터 시작해 서로 믿을 수 있는 관행을 축적하고 협력의 관행을 확산시켜 불신과 대립을 완화하자는 것"이라며 "이런 과정이 진전됨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유럽의 경험처럼 가장 민감한 사안들도 논의할 수 있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저는 동북아 평화협력을 위해 먼저 역내 국가들이 동북아 미래에 대한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목적을 공유하지 않으면 작은 차이도 극복할 수 없지만 목적이 같으면 그 차이는 극복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독일과 프랑스, 독일과 폴란드가 했던 것처럼 동북아 공동의 역사교과서를 발간함으로써 동서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협력과 대화의 관행을 쌓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갈등과 불신의 근원인 역사문제의 벽을 허물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1963년 창설돼 올해 50주년을 맞은 국립외교원을 대통령이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선 동북아 평화를 위한 협력 방안과 우리나라의 역할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국립외교원 50주년 학술대회에는 마들렌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과 푸잉 전 중국 외교부부장, 마에하라 세이지 전 일본 외무상, 수린 핏수완 전 태국 외교장관, 크누트 폴레벡 전 노르웨이 외교장관, 윤병세 외교장관,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