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노종빈 기자] 조선시대 당상관(정3품) 이상의 벼슬을 줄여 당상이라 불렀다. 당상들만이 망건에 옥관자, 금관자를 달고 다녔다. '떼논 당상'이란 말은 따로 떼어 놓은 옥·금관자처럼 당상관 외에는 아무런 필요가 없어 누가 가져갈 리 없고, 옥이나 금 등 부식되지 않는 재료로 만들어 변하는 일이 없는 확실한 일을 의미한다. 으레 자기가 차지하게 될 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출을 위한 주총을 하루 앞두고 모 후보에게 '떼논 당상'이라는 내정설이 파다하다. 거래소 노조는 이를 기정 사실화하고 천막 농성에 나서는 등 반발수위를 높이고 있다. 노조는 이 일환으로 거래소 경영진의 내부 직원 불법도청 사실을 검찰에 고발하는 카드를 꺼내보이기도 했다.
판세가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일각에서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한다.
거래소 사외이사들이 주축을 이룬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가 비공개 밀실회의에서 유력후보를 다 떨구는 역할을 했다. 1차 서류 심사에서 민간 업계 출신 인사들이 대부분 떨어졌다. 전문성이나 도덕성 측면에서 최경수 후보와 유력하게 경쟁할 수 있는 후보도 있었다.
뒤이어 2차 면접이 끝나고 나니 나머지 관출신 후보들이 모두 다 솎아졌다. 이렇다보니 임추위의 객관성, 공정성, 신뢰도가 흔들리게 됐다.
우영호 울산과학기술대 테크노경영학부 석좌교수, 장범식 숭실대학교 교수(전 한국거래소 사외이사),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 등 최종 후보 3명 가운데 관과 민을 모두 경험한 인사는 최경수 전 사장 한 사람뿐이다.
최 후보에 대해 떼논 당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무게감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앞서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두 후보는 공직 경력이나 업계 경험 등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들러리 아니냐는 평가까지 나오는 양상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 참여한 점과 청와대 고위 인사가 밀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최 후보에게는 강점이라기 보다는 약점에 가까울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 측의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만약 차기 거래소 이사장이 '낙하산 인사'로 낙인찍힐 경우 그 당사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는다. 또한 현 정부의 인사 정책에도 두고두고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떼논 당상이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그동안의 모든 과정과 결과가 논란이 아닌 실력으로 정당하게 가려졌음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진실은 다소 멀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