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순환출자 규제 ① 재계 "정치권 협조 절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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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강혁 강필성 기자]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을 둘러싸고 정·재계가 떠들썩하다. 바로 공정거래법 개정안 담긴 순환출자 규제 때문이다.
여권이 신규 순환출자 금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야권은 여기에 기존 순환출자 해소까지 더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좀처럼 논쟁이 식지 않고 있다.
재계는 균형있는 논의가 아쉽다며 불만이 크다. 순환출자의 문제점에 대한 인식은 일부 공감하는 부분도 있지만 정치논리로 흐르다보니 재계의 목소리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정치권에서도 의견은 엇갈리는 중이다.
단적으로 여권의 경우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 의결권을 제한시킨다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내용의 개장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여기에 김영주·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기존 출자분을 3년 내 해소해야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실 순환출자 지배구조는 재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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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순환출자는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투자금 조달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에서 적잖게 확산돼 있다.
하지만 출자의 고리가 얽혀있는 탓에 한 기업의 부실이 연쇄부도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고 지배주주가 적은 자본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권리가 훼손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순환출자 과정의 착시효과(가공자본) 때문에 시장의 왜곡을 가져오기도 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순환출자 규제가 시작된 것도 이런 학습효과에 따른 것이다. 당시 재계서열 1위였던 대우그룹의 몰락은 순환출자의 대표적 부작용으로 거론된다.
때문에 순환출자는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대를 위해서 해소해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순환출자를 해소해야한다는 것은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에서 순환출자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핵심은 순환출자의 해소의 시기와 방법에 있다는 평가다.
대기업 관계자는 “현재까지 순환출자 지배구조는 어디까지 합법적인 규제의 테두리 안에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이를 뜯어고치라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며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적대적 M&A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재계에서 순환출자 해소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바로 현대차그룹이다.
현대차 그룹은 현대모비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등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약 6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일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지만 아직 삼성에버랜드,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9개 계열사가 16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다. 이 해소 비용은 약 4조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 외에 주요 30대 그룹을 포함하면 순환출자 해소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난다. 3년의 유예기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수십조원의 지출을 감당해야하는 각 기업에 투자·채용 확대는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에 맞는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재계 오너들은 지배력 약화를 피해갈 수 없다. 결국 해외 펀드 등으로부터 적대적 M&A를 피해가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기존 순환출자 해소를 각 기업 자율에 맡기고 신규 순환출자 금지안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하는 공정위 원안을 상당부분 수용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국회 상임위에서 의견 통일을 보지 못한 상황. 때문에 향후 공정거래법이 어떤 형태로 시행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대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는 상황에서 기업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주장한다는 점이 아쉽다”며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를 통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