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화평법 불안감 확산 ②화평법 제 10조 제1항을 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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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강필성 기자] “화평법은 기업에게 있어 그야말로 과잉규제 및 경쟁력 약화를 가져오는 법안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바로 중소기업입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이하 화평법)을 두고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평법은 화학물질 정보 등록·평가를 통해 전과정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하지만 이 법을 두고 재계는 유례없는 행정적·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11일 재계는 경총·대한상의를 필두로 화평법 반대 의견을 각 부처에 건의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화평법이 시행된다면 기업들의 피해가 불보듯 뻔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재계가 화평법에 문제 삼는 대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첨예한 쟁점은 바로 화평법 제10조제1항이다.
화평법 제 10조 제1항은 화학물질 제조·수입자에게 모든 신규화학물질의 제조 또는 수입 전에 정부에 등록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기존 유해화학물질관리법에서는 등록 면제 기준을 100kg/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화평법에서 이같은 하한수량 규정을 삭제하면서 모든 신규 화학물질을 등록해야하는 의무가 생긴 것이다.
문제는 신규 화학물질 등록에 통상 9개월에서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기간 만큼 신규화학물질을 활용할 길이 사실상 막히게 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제품 순환이 빠르고 소재에 발빠른 변화를 줘야하는 업종은 사실상 1년의 딜레이가 생기는 것이다. 신속한 시장대응은 고사하고 테스트, R&D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니 글로벌 경쟁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화학물질 등록의무규정은 중소기업에게 무엇보다도 치명적이다. 지난해 수입량이 연간 0.1t 이하여서 유해성 심사를 면제받은 건수는 3만5000건에 이른다. 이를 모두 등록해야한다면 그 금액도 천문학적이다.
화평법 1건당 등록비용은 국내시험기관 이용시 약 5700만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만약 해외시험기관을 이용한다만 이 비용은 1억1200만원까지 뛰어오른다. 그렇다고 국내 시험기관만 이용할 수도 없다. 국내 시험전문기관 및 시험기술에 대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등록대상물질이 급증하면서 결국 해외를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2500만원(국내 기관) 대비 두 배 이상 뛰어오른 액수다. 화평법에서 물질의 순도 및 동질성 확인 서류, 물리화학정 특성 서류를 첨가하면서 절차와 과정이 더 복잡해지고 비싸진 것이다.
결국 연간 중소기업이 부담해야할 금액도 수억원 이상 부쩍 늘어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이 등록비용을 아낀다면 자연히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경우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를 위해 사용하는 신규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여부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에서 제품 개선, 신제품 개발 등 연구개발 활동시 새로운 화학물질의 사용은 필수적이나, 화평법에서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에 대한 등록 면제규정이 없어 이러한 연구활동시 상당한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국가별 소량 및 연구개발용 신규화학물질 면제 기준은 호주, 캐나다는 100kg 이하, EU, 일본, 필리핀은 1톤 이하, 미국은 10톤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경우 국내 기업들은 신규화학물질에 대한 R&D조차 글로벌 경쟁사 대비 1년 가량 늦게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영업비밀 유출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화평법은 제30조 제1항에는 하위사용자와 판매자가 요청하면 안전에 관련된 정보 외에도 그 화학물질의 제조량·수입량까지 화학물질 제조·수입자가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제조량과 수입량은 사실상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사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제조량과 수입량을 본다면 나아가 직접 공개하지 않더라도 혼합비율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R&D용 화학물질에 한해 간이 등록하는 등의 대안을 찾기로 한 상황. 하지만 근본적인 법안에 수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기업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큰 형편이다.
화평법은 이미 국회를 통과해 오는 2015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 단계다. 화평법이 재계의 우려처럼 시한폭탄이 될지, 남은 1년 반의 기간동안 보완이 이뤄질 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