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삼중고에 빠져…예상보다 커
[뉴스핌=한기진 기자] 증권업계는 1분기(4~6월)실적으로 ‘어닝 쇼크’를 당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 정도일 줄은 업계도 몰랐다. KTB투자증권은 “시장기대치보다 85%나 떨어졌다”며 예상치를 크게 빗나간 것을 고백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증권주중 유일하게 매수 추천했던 삼성증권도 보유”로 의견을 수정했다.
이런 결과는 증권업계가 삼중고(三重苦)에 빠져 나타났다.
반 토막 난 주식거래대금 부진이 지속되고 돈줄이었던 채권투자가 5~6월 시장금리 급등으로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덩달아 안전자산 판매도 부진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실적 반등 시점도 예측이 어렵다.
1분기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6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보다 7.8%, 작년 같은 기간보다 1.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과거에는 하루 10조원씩 거래됐었다. 수수료 수입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의미이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감소하고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부진하기 때문에 증시로 유입될 자금도 없으려니와 투자심리도 극도로 위축돼 있다.
조선경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민간부문의 자생적 경제로 회귀가 이뤄지지 않으면 현재의 투자심리는 회복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 초만 해도 채권투자는 전세계적 안전보유자산 선호 심리로 큰 돈을 벌어줬다. 이러자 증권사들이 채권투자를 늘려 139조 원어치나 보유하며 채권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5~6월에 채권금리가 오르면서 대규모 평가손익으로 이어졌다. 보유 물량 자체가 워낙 많았던 데다 추가 금리인하에 배팅했기 때문에 갑작스런 채권시장금리 상승은 그대로 손실로 이어졌다.
대형사의 경우 평균 10조원이상의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4~6월 중 금리변동폭은 국고채 3년~10년 기준 36bp~60bp였다. 평균 듀레이션을 0.3년 내외로 짧게 가져가고는 있으나 50bp의 금리상승만 감안해도 채권평가손실 규모는 150억원 이상이 된다.
시장금리 상승은 ELS와 소매채권 등 안전자산 투자수요도 떨어뜨려, 증권사 상품 판매도 감소시켰다.
결국 증권사가 돈 벌 수 있는 먹거리라고는 IB(투자은행)나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PB(프라이빗 뱅킹)만 남아 있다.
전배승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증권사들은 비용축소 및 관리강화를 통해 수익성 방어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며 “정책당국 역시 규제완화와 신규 수익원 확대, 구조개편 유도 등을 통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으나 단기간 내 돌파구를 마련하긴 쉽지 않은 여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연결기준 2013회계연도 1분기(4∼6월, 이하 동일) 영업이익이 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20억원으로 90%나 감소했다.
KDB대우증권은 영업이익 38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86.8%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76% 줄어든 72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영업이익 154억원, 당기순이익 100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대비 63%, 71% 감소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영업이익 30억원, 당기순이익 62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보다 84%, 42% 감소했다.
적자가 지속되거나 확대된 곳도 많다.
현대증권은 영업손실 256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14억원 손실보다 적자폭이 두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대신증권도 영업손실과 순손실 규모가 각각 143억원, 54억원을 나타냈다.
한화투자증권도 121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며 작년에 이어 적자가 지속됐고, NH농협증권과 동부증권은 영업손실이 각각 14억원과 171억원에 이르러 적자 전환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선방하거나 실적이 좋아진 증권사들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영업이익 24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 늘었고 순이익도 69% 더 증가한 286억원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 영업이익은 197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98%, 당기순익은 9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0.03% 늘었다. 하나대투증권은 영업이익 4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보다 606%나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58억원으로 74.05%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1분기 영업이익이 9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2% 줄었지만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1757억원과 74억원으로 30.1%와 5.5%씩 증가했다. 신영증권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59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57.2% 늘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