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디어로 신규 수익원 발굴도 지속
[뉴스핌=노종빈 한기진 기자] 국내 62개 증권사의 1분기(4~6월) 영업이익은 약 250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국내 대형은행 한 곳이 벌어들인 이익 수준에도 못미친다. 증권업계의 불황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 지 단면을 보여준다.
23일 증권업계 고위 경영자들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현 상황은 단순히 개별 증권사의 역량으로 타개해 나가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거시 경제 지표의 반등과 정책적인 환경 조성, 정책적 배려, 증권사 스스로의 신규 수익원 발굴 등 다양한 요건과 노력이 투입돼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 대형사들, WM·상품개발 차별화…해외 수익원 발굴나서
대형 증권사들은 하반기 효율적인 경영 및 리스크 관리 등으로 위기에 대응하려는 모습이다. 또한 해외영업 강화와 신사업 육성 등으로 수익모델 변화를 꾀하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홍콩을 중심으로한 해외사업에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올해 몽골현지법인 설립과 인도네이사 이트레이딩증권 경영권 인수 등으로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사장은 “현재 증권시장의 상황이 녹녹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국내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해외사업에 중점을 두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리테일 자산관리 영업도 강화해 수익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이루겠다"면서 "장기성장 기반 확보를 위한 신사업 육성을 다각도로 노력할 예정"이라 덧붙였다.
현대증권도 지난 달 싱가포르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및 트레이딩 전문법인을 설립, 본격적인 해외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
김명섭 현대증권 경영기획본부장은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해 고객이 원하는 최선의 투자상품을 적시에 공급할 계획"이라며 "또한 해외수익원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다양한 파생상품 개발과 영업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최덕형 삼성증권 기획홍보담당 상무는 "하반기 상품 개발 및 공급 기능을 대폭 강화해 이를 통한 신규 고객 및 자산 유치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종합금융투자사로서 기업대출과 프라임브로커리지, 외국환 업무 등을 통해 활발한 신규 수익원 발굴 작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규 한국투자증권 기획담당 상무도 "당장 시장의 어려움은 있을 수 있지만 리테일을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며 "또한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면서 보수적으로 운용하면서 비용절감 등 효율적 경영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권용관 우리투자증권 경영지원총괄 전무는 "민영화를 앞두고 있어 단기 실적 향상보다는 기업가치 제고에 하반기 집중할 생각"이라며 "중장기 목표를 위해 상품 역량 강화를 중심으로 하고 있고 고객 자산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중형사들, 사내 시너지 통한 효율경영…리스크 관리·비용절감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경우 거래 침체와 경기 불안 등 악화되는 시장 환경에도 불구 나름대로 활발한 대처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자본력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형사들로서는 새로운 사업영역에 뛰어든다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이같은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신규 수익원을 발굴해야 한다는데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또한 회사 내의 사업부문 간 시너지를 높이고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등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과 함께 경영효율성, 리스크 관리, 비용절감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웰스매니지(WM)부문 등에서 차별화 되는 상품들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한금융 계열사의 자산부문 협업 모델과 시너지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정환 신한금융투자 경영기획본부장은 "지난해 자산관리와 S&T(세일즈 앤 트레이딩)를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한 것이 성공적 결과였다"며 "상반기 자산영업과 운용에 집중해온 대로 하반기도 밀고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근우 동양증권 경영전략본부장은 "핵심 비즈니스를 명확히 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올 때 먼저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내실을 다지면서도 상품경쟁력을 끌어올려 수익창출의 기회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과 동부증권도 하반기 사업전략으로 신규 고객 창출과 고객 자산증대 등 자산관리 영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사업부문간 시너지를 강화하고 자본시장의 변화에 면밀히 대처, 투자자와 기업에게 최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의 신뢰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 매매수수료 과도한 의존 탈피 노력…정책적 지원 요청
증권사들의 전체 수익에서 매매수수료 수입은 여전히 절반이 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업계 대부분이 시장 상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 천수답식 경영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부가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사업 영역을 발굴해 투자해야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증권업계에 대한 실질적인 정책적 지원도 요구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 당국의 안정성 규제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와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대전제는 공감한다. 하지만 업계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정도의 압박이나 규제를 강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규 사업에 대한 진입도 일정 요건만 갖추면 모든 업체에게 공평하게 개방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는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 시행에 따른 부작용은 명확한 가이드라인 설정과 영업행위 규제 등의 금융감독 본연적 활동으로 얼마든지 관리 가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저위험 현선물 차익거래 등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재무건정성 기준을 합리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또한 "특화 및 전문화를 위한 증권사간 스핀오프(복수증권사 허용) 활성화 등 규제 개선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한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에 따라 증권사들의 영업활력 제고방안이 신속하게 실행되고 시장 및 업계에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후속 조치들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업계가 대형IB와 전문 사업모델 중심의 특화 증권사로 발전적인 기능분화가 이루어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