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조현미 기자] #한 대학병원 응급실. 방금 어린이 환자의 진료를 마친 여의사 A씨에게 의자가 날라왔다. 성인 남성 환자가 본인보다 먼저 어린이를 진료했다는 이유로 의자를 집어 던진 것. 봉면을 당한 의사는 머리를 수 바늘 꿰메는 중상을 입었다.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B씨는 진료실 안에서 환자가 휘두른 칼에 찔려 증상을 입었다. 이 환자는 피부 시술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B씨의 배와 허벅지 등을 수 차례 찔렀다.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던 도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간호사 역시 진료실 내 폭력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태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이 없어 의료인 폭력 사태는 이어지고 있다. 의료단체들은 진료 중인 의료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가중처벌하는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3일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따르면 의사의 86.4%가 진료 공간에서 폭력을 직접 경험했다. 올해에만 간호사가 61.4% 폭언을, 14.2%가 폭행을 당했다.
응급실 내 폭력은 더욱 심각하다. 대한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가운데 80.7%가 폭언을, 50%가 폭행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41.4%는 실제 다친 적이있고, 39.1%는 생명에 위협까지 느꼈다.
유인술 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응급실에 근무하며 총이나 칼, 야구방망이로 위협하는 사태를 수 차례 경험했다”며 “예전에는 조직폭력배의 폭력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일반 환자나 보호자, 술에 취한 사람의 폭행이 늘었다”고 말했다.
의료인 폭행은 제대로 된 진료를 방해해 의료의 질이 떨어트린다. 환자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해지는 것이다.
의료단체들은 진료 중인 의료인을 폭행하거나 협박을 하는 사람을 가중 처벌하는 법이 이번 국회에서는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가중처벌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난 제18대 국회에서 논의됐으나 임기만료로 끝내 폐기됐다. 이번 국회에서는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의협과 간협을 비롯해 대한병원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의사협회 등 5개 의료단체는 23일 ‘환자 위한 안전한 진료환경 만들기’를 선언하며 관련 법 제정을 촉구했다.
5개 단체는 “버스운전기사 등 공익을 수행하는 특정 직업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처벌이 이뤄진다”며 “진료 중인 의료진에게 폭력 행사할 때 가중 처벌토록 하는 법률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조현미 기자 (hmch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