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신흥국 위기+'쏠림현상' 불안요인 인식
[뉴스핌=김연순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여름휴가를 마치고 금융권에 첫 화두로 '거시건전성 위험과 거시건전성 감독체계 시스템'을 꺼내들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
현재까지 거시건전성이 무엇이냐에 대해 국제적으로 합의가 안돼 있고 국내에서도 구체적으로 정리가 안된 상황에서 거시건전성 리스크를 경고하는 동시에 거시건전성 감독의 큰 틀을 제시한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극복한 한국의 경우에도 거시건전성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리가 안돼 있는데 그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금융위원장이 생각하는 거시건전성의 지도를 그린 것이고 큰 그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이 거시건전성 관리감독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체계를 던졌다는 것이다.
신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중국, 미국발 리스크 뿐 아니라 최근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의 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고, 경기 호황기 뿐 아니라 경기 불황기에서도 '쏠림현상'이 금융권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불확실성 증대…'상호연계 리스크' 경고
신 위원장은 거시건전성 4대 시스템리스크 점검 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각 경제주체별 리스크도 사전점검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시건전성 점검체계를 2대분야·8개부문으로 제시했다. 거시구조 건전성은 ▲ 쏠림현상 ▲ 경기순응성 ▲ 상호연계성 ▲ 대외건전성을 중점 리스크관리 부문으로 제시했고, 경제주체 건전성은 ▲ 가계부문 ▲기업부문 ▲ 공공부문 ▲금융기관으로 세분화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신흥국의 거시경제 불안정성 등으로 앞으로 향후 몇개월 혹은 그 이상 상황이 녹록치 않다"면서 "가계부채 등 각론적인 측면 뿐 아니라 글로벌시장간 연결돼 나타나는 복합적인 것들을 종합적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도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은 많이 관리하는데 시장 전체적으로 보는 노력이 적었고 체계와 패러다임이 없었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여러가지 전체적인 변수를 봐야한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신 위원장은 "개별적 리스크 관리로는 위기대응이 어렵다"면서 글로벌 상호연계성이 커지는 데 따른 리스크 확대를 경고했다. 그는 "개별적으로 보았을 때는 리스크헤지가 돼 있으나, 거래상대방 위험으로 예상치 못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두곳의 금융기관이 시장을 통해 채권을 발행했다고 할 때, 시장에서 리스크가 헤지된 줄 알았는데 양측이 서로의 채권을 대량으로 인수함에 따라 한 금융기관이 망가지면 다른 금융기관도 도미노처럼 망하게 된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두 대형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시장에서 헷지가 돼 있는 줄 알고 있지만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상황에서 위기시 동반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국내 금융회사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회사와의 거시건전성상 상호연계 리스크를 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얘기다.
◆ 경기순응적 '쏠림현상' 차단
또한 신 위원장이 주목하는 것은 경기순응 측면에서의 쏠림현상이다.
지난 2003년 신용카드 사태와 2009년 저축은행 PF대출 부실, 주택담보대출 급증은 경기순응성에 따른 전형적인 쏠림현상이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가 터졌을 당시 총 200억원의 회사채 시장(금융채 포함)에서 카드채는 90조원을 절반에 육박했다. 1년 사이에 카드채가 30조에서 90조로 급증할 것. 또 지난 2006년 이후 저축은행 PF대출은 3년새 20조원에서 80조원으로 급증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전형적인 쏠림현상이고 경기에 순응해서 과도하게 움직이는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당시에는 리스크가 내포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카드사태, 저축은행 부실, 하우스푸어 문제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경기활황기 뿐 아니라 최근 같은 경기불황기에도 쏠림현상은 잠재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하강기의 지나친 안전자산 선호현상, 은행 예금상품 쏠림에 따른 금리하락 등도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쏠림현상은 경기가 팽창될 때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경기하강기의 쏠림도 잠재적인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경기 하강기에는 금융권의 자금회수가 극단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욱 어려워진다"면서 "거시건전성은 경기상황에 상관 없이 자산이나 시장의 쏠림이 있으면 상시적인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