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업체 중간 보고 '실망' , '확대평보위' 개편 목소리도
[뉴스핌=노희준 기자] KB금융지주가 임원 성과보상 체계 전반을 성과 연동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수술 중이지만, 생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빨라야 다음 달에나 새로운 성과보상 체계를 확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KB금융지주 |
11일 KB금융지주와 복수의 사외이사에 따르면, 이사회 산하 평보위는 지난 7일 외부컨설팅 업체로부터 임원 성과보상 체계의 합리적 개선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지난달 한 차례 연기한 중간보고를 받는 자리였다.
앞서 평보위는 5월에 임원 성과보상 체계 전반을 손질하기 위해 외부업체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2010년에 만들어진 성과보수 체계가 시간이 흘러 오래된 데다 금융권 고연봉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고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평보위 소속 사외이사들은 이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외부컨설팅 업체에서 돌아온 건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니라 평보위원들의 의견 청취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 사외이사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사회 분위기 등에 맞춰 정교하게 해오라고 했는데, 근거자료로 분석해온 게 아니라 엉성하게 사외이사의 의견이 어떠냐는 식으로 물어왔다"며 "컨설팅 회사에 다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 평보위, 고정급화된 성과급 손질+ 계열사 성과급 지표 설계도 차등화
평보위는 현재 성과보수 체계를 두고 크게 두 가지를 손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단순히 연봉을 일률적으로 삭감하기보다는 성과급 지표를 성과와 실적에 제대로 비례하게 개선 중이다. 임원들이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해 은행 수익성이 떨어져도 높은 성과급이 유지되는 것을 막겠다는 조치다.
한 사외이사는 "(일률적으로 연봉을 낮추는 것은) 우리가 하려는 게 아니다"라며 "성과급 지표를 들여다보니 적절하게 돼 있지 않아 성과급이 기본급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것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평보위는 또 현재 계열사별로 비슷한 성과급 지표도 차별화할 방침이다. 가령 성장성을 추구해야 할 KB생명, KB투자증권과 건전성에 방점을 둬야 할 KB국민은행이 모두 유사한 성과급 지표에서 성과급이 계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다.
한 사외이사는 "KB는 아직 시장에서 위치가 미미한 계열사가 많다. 그런 계열사들은 (성과급 계산 시) 성장성에 방점을 둬야 하고 은행은 건전성에 방점을 둬야 하는데, 들여다보니 비슷비슷한 지표에서 성과급을 계산하고 있어 잘못됐다"고 말했다.
◆ 속도내지 못하는 KB금융 성과보수 체계 논의
하지만 이런 평보위의 성과보수 체계 개편 작업은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평보위는 계열사 임원의 성과급 체계는 제대로 들여다보지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 회장과 행장에 대한 성과급 개선안을 마무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신한금융지주가 오는 22일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를 열어 지주 회장과 행장은 물론 계열사 부사장급, 부행장급 이상의 경영진에 대한 보상체계 개선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KB금융이 올해 임영록 회장 체제로 새판이 짜이는 권력 교체기였던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제 이사회 내에서 성과보수 체계 개편 논의가 있었던 것은 올해 초부터였기 때문이다.
컨설팅 회사에서 제대로 된 개선안을 가져오지 못하자 평보위가 열렸던 지난 7일 월례 사외이사 간담회 자리에서는 평보위를 전체 사외이사들이 참여하는 일종의 확대평보위로 진행하자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또다른 사외이사는 "컨설팅 업체 보고가 만족스럽지 않아 전체 사외이사가 모여 확대 평보위를 하는 걸로 얘기가 나왔다"며 "그전부터 보상체계는 다 함께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얘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일러야 내달에야 성과보수 체계 개편안을 확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 사외이사는 "평보위원들과 외부 컨설팅 업체가 9월 중이나 만나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로 했다"면서 "그때도 만족스럽지 않으면 다시 작업해야 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에서도 어떤 지침이 온 것도 없고 외부적인 환경이 달라질 수 있어 성과보수 체계를 합리화하려면 2~3개월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급여문제는 이해관계가 첨예해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귀띔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