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벤처기업들 서블릿 계약 선호"..비용 저렴하고 기간도 짧아
[뉴스핌=김윤경 국제전문기자] 뉴욕 맨해튼 미드타운 지역을 중심으로 서블릿(Sublet) 계약이 늘고 있다. 서블릿은 쉽게 말해 '렌트 속의 렌트'. 렌트나 리스 계약을 맺은 임차인(tenant)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다른 이용자에게 일부를 다시 빌려주는 것이다. 연휴나 방학기간 등 체류는 해야하겠는데 호텔비는 부담스럽고 렌트 계약은 애매할 때 이 서블릿 계약을 많이들 한다. 학생들이 많이 사는 대학 지역에서도 렌트비를 아끼기 위해 서블릿 계약을 많이 맺는다.
그런데 요즘 뉴욕에 서블릿 계약이 늘고 있는데엔 다른 이유가 있다. 다시 싹을 틔우고 있는 벤처기업(start up)들이 뉴욕에 많이 몰리고 있어서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마치 작은 인형들이 크기를 달리해 계속 들어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처럼 뉴욕에 서블릿 형태로 들어오는 벤처기업들이 많다.
위치 기반 소셜 미디어 업체로 잘 알려진 포스퀘어도 서블릿 형태로 뉴욕에 입성했다. 포스퀘어는 예전의 방직공장이었던 주철로 만들어진 건물에 렌트로 입주해 있는 출판업체 스콜라스틱에 서블릿 계약을 맺고 들어와 있다.
재밌는건 포스퀘어가 그 공간을 또 서블릿을 통해 나눠쓰고 있다는 것.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업체 퓨얼드(Fueled)에 일부를 세줬다.
이 공간에는 또 아직은 1인 기업의 형태로 사업 구상을 벌이고 있는 데이비드 스피로가 앉아선 팝콘을 먹으며 랩탑을 들여다 보고 있다. 그는 "일부 자금 조달을 했지만 맨해튼에 정식으로 공간을 마련하기 어려워서 이렇게 들어와 있다"고 말한다.
스퀘어는 현재 뉴욕 본사에 직원 120명을 두고 있으면서 2011년 현재 평방피트당 45달러의 서블릿 비용을 내고 있다. 계약은 7년짜리. 퓨얼드 외에도 포스퀘어와 한 지붕 아래 물리학자를 위한 앱 서비스 업체 작닥(ZocDoc), 남성들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사이트 스릴리스트(Thrillist) 등도 들어와 있어 건물 주인은 사실상 평방피트당 55달러를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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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테크서블릿) |
서블릿 계약은 렌트 계약에 비해 월세가 저렴하고, 대개 10년을 계약하는 렌트에 비해 비교적 짧은 기간 계약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선호된다. 더 중요한 것은 서블릿 계약을 맺어서 들어오더라도 대개 초고속 인터넷 라인이나 냉방, 컨퍼런스 룸 같은 것들이 다 갖춰져 있는 곳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사무실 속에 또다른 사무실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렌트한 임차인이 파산할 경우 서블릿 계약자는 갑자기 갈 곳이 없어지기도 한다.
상업용 부동산 업체 스터들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하이디 러너는 그래도 "서블릿 계약을 맺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미래를 잘 모르기 때문에 사실 유연성이 핵심"이라면서 "어느 곳에 인수될 지, 벤처캐피탈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지, 사람 수가 얼마나 늘 지 등을 모르기 때문에 서블릿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스터들리에 따르면 지난 2010년엔 맨해튼 미드타운 남부 지역에 서블릿 계약은 11%에 불과했지만 현재 19%까지 늘어났다.
NYT는 서블릿 계약을 하려는 수요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동시에 공급자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몇 달간 인원감축을 행하면서 공간이 남자 315 파크 애버뉴 사우스에 있는 사무실 공간을 서블릿 계약을 통해 빌려주는 장사를 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윤경 국제전문기자 (s91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