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사채 발행 조달…위험 높은 M&A 기피
[뉴스핌=주명호 기자] 기업 인수합병(M&A) 붐을 달궈줄 것으로 기대됐던 연방준비제도(Fed)의 저금리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 기업들이 저금리로 M&A자금을 마련하는 대신 회사채 발행을 늘리는 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자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저금리정책이 오히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및 배당금지불을 용이하게 해 M&A시장의 활성화에 되레 찬물을 끼얹고 있다고 보도했다.
<출처 : Financial Times> |
S&P 캐피탈 IQ의 자료에 따르면 기업대출 중 M&A자금 비율은 2006년 60%에서 올해 25%로 급감했다.
반면 M&A 대신 저금리 회사채 발행을 선택하는 기업은 늘고 있다.
제약회사 워너 칠콧의 경우 지난해 회사 매각에 실패했지만 한 달 후 회사채시장을 통해 자사주매입 및 특별배당 자금 6억 달러를 조달했다.
M&A시장에서 주목 받았던 PC업체 델의 인수전도 마이클 델 회장이 제시한 인수안 대신 회사채 발행으로 거액의 배당금을 조달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M&A시장이 활성화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번 연준의 유례없는 초저금리 정책은 과거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게 FT의 지적이다.
홀리기안 로키 투자은행의 그레그 파인스텐 공동대표는 "일반적으로 회사채시장이 활성화되면 덩달아 M&A도 활발해지는데 M&A를 통한 자금조달 및 자본구조 변경 경쟁 심화로 저금리가 재구실을 하지 못했다"고 풀이했다.
오히려 저금리가 재정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생명선을 늘리고 있는 모습이다.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매각 위협을 받는 기업들은 최근 저금리를 통한 재무조정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JP모간의 마크 제너 기업금융부문 대표는 "몇 년전에는 8~10%에 이르는 표면금리를 지불해야해 부담이 컸지만 최근엔 5%대 금리만으로도 몇 년간 회사채 상환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인수를 통해 성장한 기업들조차 위험부담을 안고 M&A를 지속하는 것보다 저금리에 돈을 빌려 배당금을 충당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