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 잃을 수도…재입찰 기회는 한 번뿐
[뉴스핌=주명호 기자] 세계 최대 사모펀드 기업 블랙스톤과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PC업체 델의 인수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이로써 마이클 델 회장의 회사 인수가 더 어려워지게 됐다.
델 이사회가 제시한 인수 검토기간 마지막 날인 22일에 블랙스톤과 칼 아이칸이 델을 인수할 뜻을 밝혔다고 주요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블랙스톤은 주당 최소 14.25달러를 제시했고 아이칸은 델의 지분 58%의 인수에 주당 15달러를 제안했다. 두 제시액 모두 델 회장과 실버레이크 파트너스가 제시한 13.65달러를 뛰어넘는 금액이다.
블랙스톤과 아이칸의 가세로 델 회장의 인수계획은 전방위적인 압박을 받게 됐다.
우선 델 회장의 인수안에 대해 기존 주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우스이스턴 어셋 매니지먼트와 T.로우 프라이스 등 델의 최대 주주들은 델 회장이 제시한 인수가가 기업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낮은 가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델의 지분인수로 최대주주 중 하나가 된 아이칸도 이들의 반발에 동참하며 주당 9달러의 특별 배당금 지불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델 회장의 상장폐지 계획도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이후 델이 다시 수익을 낼 경우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델 회장의 재입찰 기회가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도 인수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안정적인 인수를 위해서는 델 회장이 블랙스톤과 아이칸의 인수가 이상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찰 위약금이 인수 규모에 비해 적다는 것도 델 회장에게는 악재로 해석된다.
현재 설정된 입찰 위약금 1억 8000만 달러는 블랙스톤과 아이칸에게는 큰 금액이 아니다. 인수가격이 안맞으면 블랙스톤과 아이칸은 언제든지 털고 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블랙스톤이나 아이칸 등이 델을 인수하게 되면 델 회장 또한 현재의 자리를 잃게 될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스톤의 경우 HP 컴팩의 마이클 카펠라스 CEO 등과 델 차기 회장직을 놓고 접촉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델 회장의 차입매수안이 발표된 이후 10달러 부근에서 꾸준히 상승했던 델의 주가는 지난 주말 14.14달러를 기록, 주중 14.40달러를 고점으로 추가 상승을 멈추고 횡보 흐름을 보였다.
[뉴스핌 Newspim] 주명호 기자 (joom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