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家 조현문, 한화 김동원씨 등
[뉴스핌=강필성 기자] 국내 재계에서 대기업 오너의 자녀라고 하면 소위 ‘황금 숟가락을 물고 태어난 사람’으로 인식되기 일쑤다. 어려서부터 경영수업을 받고 나아가 고속승진, 경영승계를 받기까지 그야말로 탄탄대로 위만을 걷는 경우가 대부분인 탓이다.
하지만 대기업 오너 2·3세 중에서도 레일 위를 달리는 인생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 성공이 보장된 삶을 거부하는 대신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것이다.
6일 현재 재계에서 가장 회자되는 인물은 바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 조현문 효성 전 사장이다. 효성그룹의 후계자 중 한명으로 거론돼 온 그는 효성에서 중공업PG장을 이달 초 갑작스럽게 사임했다.
조현문 효성 전 사장. |
사실 조 전 사장은 여느 재계 2~3세보다는 비교적 개성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학시절에는 그룹 무한궤도에서 키보드를 맡아 대학가요제의 멤버로 무대에 서기도 했었고 실제 1집 앨범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재직시절에는 고고인류학을 전공하기도 했었다.
결국 그의 그런 개성이 이번 선택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그는 성공이 보장된 효성의 후계자 대신 부인인 이여진 변호사와 함께 법무법인 현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게 됐다. 이미 조 전 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효성 지분을 전량매각하면서 사실상 효성 경영권 후보로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지운 상태다.
부모 후광 대신 꿈을 찾는 재계 2·3세 중에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씨도 빼놓을 수 없다.
동원씨는 현재 형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과 달리 한화그룹 어떠한 계열사에도 소속되지 않았다. 오히려 소규모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면서 남다른 고초를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 이 회사에는 한화그룹의 지원은 고사하고 김 회장 일가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일도 없다. 때문에 이 회사는 공연기획 사업은 문화계에서도 아직 두각을 드러내는 단계가 아닌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동원씨가 하고 있는 공연기획사업이 몇차례 작은 공연을 열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위 ′대박′을 치지는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장녀 박주형 씨 역시 부모님의 기업이 아닌 대우인터내셔널에 근무하며 자기만의 경력을 쌓아가고 있다.
다만 모든 기업인들의 경우가 그렇듯 이들의 독립도 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의 장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은 부친과 경영권 다툼 끝에 독립해 수석무역을 경영해왔지만 결국 횡령 및 배임혐의로 기소돼 지난해말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