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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시대에 바란다①] '정치개혁'으로 신뢰회복부터

기사입력 : 2013년01월07일 11:02

최종수정 : 2013년01월07일 11:05

- 정치분야…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대한민국의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시대'가 시작됐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사회양극화 심화, 북한·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동북아 주변국가의 권력교체기 속에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난제를 안고 있으면서 동시에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는 많은 국민들의 각별한 기대를 받고 있다. 뉴스핌은 정치와 경제, 외교안보, 남북관계, 사회복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박근혜 정부에 기대하는 바람과 과제는 무엇인지 등을 수렴해 새 정부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박근혜 시대에 바란다] 기획을 마련했다.[편집자주]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근혜 당선인이 풀어야 할 과제는 정말 많다. 우선 올해에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은 경제위기를 헤쳐나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고, 뿐만 아니라 경제위기에 의해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양극화를 막아야한다. 그리고 이번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갈등과 세대 간의 갈등 역시 치유해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은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과제가 없다. 하지만 각각의 해법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지역갈등의 뿌리는 정말 깊어 치유하는 데 역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세대 간의 갈등 역시 일부는 증오를 표현하는 단계에 이르러 치유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제위기와 거기서 파생되는 경제적 양극화는 더욱 그렇다. 이번 경제위기의 원인이 우리나라 내부에 있다면 우리가 노력해서 해결하려고 하면 되지만 문제는 그 원인이 유럽에 있다는 데 복잡성을 더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노력한다 하더라도 국제적 차원의 공조와 노력이 병행되지 않는 한 해결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면 박근혜 정부는 그냥 손 놓고 이 문제들을 바라봐야만 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문제 해결이 어렵고 해법도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이들 문제들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수 있는 방법은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이란 다름 아닌 신뢰의 회복이다. 그것도 정치, 그리고 정권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정치와 정권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면 이런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정치권은 신뢰를 회복시킬 생각은커녕 오히려 그나마 있던 자신들에 대한 신뢰마저 깎아먹고 있다. 이번 예산안 처리만 봐도 그렇다. 자기네들은 이명박 정권 출범이후 처음으로 여야 합의에 의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고 자화자찬하지만 새해 예산을 당해 연도에 통과시키는 또 하나의 탈법을 저질렀다. 그러면서 자화자찬하는 꼴이란 정말 보는 이로 하여금 기가 막히게 만든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았는데도 국회의원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월급을 30% 깎겠다고 공언했음에도 예산안 통과 때는 자신들의 기존 세비를 고스란히 포함시켰다.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지 정말 화가 안날 수 없다. 더구나 국회의원의 특권 포기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선 때부터 공약사항으로 내놓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정권이 출범하기도 전에 국회의원 연금 역시 새해 예산에 고스란히 포함시켰다. 상황이 이러니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고사하고 정치에 대한 증오가 타오르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판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박근혜 당선인이 그냥 손 놓고 바라보고 있다는 데 있다. 이런 때일수록 박근혜 당선인이 한 마디 해야 한다. 그것이 정권 출범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채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일 박근혜 당선인이 이런 사안은 국회에서 논의할 사안이라고 주장한다면 자신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치개혁 방안들을 스스로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박근혜 당선인의 정치 개혁 공약들은 대부분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10년 전부터 주구장창 주장해 왔던 것들이다. 선거구 획정위원회를 외부인사로 구성하거나 국회 윤리위 역시 외부인사로 구성하는 문제, 그리고 국회의원 연금을 폐지하겠다는 것 모두 박근혜 당선인이 주장했던 것들이다. 이러한 것들은 실현 불가능한 것들이 아니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말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이 적기(適期)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의 망가진 국회를 질타하고 국회를 바로 세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정권 초기는 이른바 허니문 시기여서 국민들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개혁을 몰아붙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개혁을 추진할 힘이 없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앞서 언급한 난제를 헤쳐 나갈 수 있는 근본적이 추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꼴이 된다.

그래서 지금 정치개혁을 몰아붙이면 국민들의 정권과 정치에 대한 신뢰가 생기게 되고 그렇게 되면 정권 담당자의 입장에선 국민들의 인내를 요구할 정치적 근거가 생긴다. 즉 선거만이 정치적 정통성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신뢰 역시도 정치적 정통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단선인은 공약을 지키는 차원에서 그리고 정치적 정통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라도 정치개혁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뉴스핌 Newspim]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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