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사·조직개편…경제민주화·남북관계 개선
[뉴스핌=이영태 기자]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 박근혜 시대’의 막이 올랐다. 첫 과반대통령이나 부녀대통령 등의 적잖은 수식어가 박근혜 시대의 탄생을 축하하고 있지만 박 당선인이 마주한 현실은 승리의 기쁨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난제들이 산적하다. 26~27일께 출범할 예정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중심으로 박 당선인이 감당해야 할 핵심 국정과제들을 당면과제와 시대적 과제로 나눠 살펴봤다.
◆ 박근혜 시대 첫 시험대는 인사와 정부 조직개편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당선증.
지난해 10월 22일 최종 개정 발표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수위는) 대통령당선인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명확히 하고 대통령직 인수를 원활하게 하는 데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정운영의 계속성과 안정성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돼 있다.
즉 박 당선인의 최우선과제는 인수위 구성과 차기 정부 조각이다. 인수위 구성과 조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론 인사다. 5년 전 이명박 정부 초대 국무총리감으로 거론되던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영어 몰입교육을 위해선 오렌지를 ‘아륀쥐’라고 발언해야 한다고 언급해 정부 출범 전부터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차기 정부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첫 단추가 바로 인수위원장과 당선인 비서실장 인사다. 또 부위원장 1인과 24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인수위원들을 어떻게 임명하고 초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청와대 대통령실 인선은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중요한 것은 의지와 실천이다. 선거과정에서 이념·계층·지역·세대는 물론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국민대통합의 실천을 약속한 박 당선인이 과연 인수위와 차기 정부 조각 과정을 통해 어떤 인사를 보여줄지가 차기 정부의 성패를 가늠할 잣대가 된다는 점에서 인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두번째 과제는 정부 조직개편이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수위의 주요 업무는 “1.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2. 새 정부의 정책기조를 설정하기 위한 준비 3. 대통령의 취임행사 등 관련 업무의 준비 4. 그 밖에 대통령직 인수에 필요한 사항”이다.
여러 기능과 역할이 나열돼 있지만 차기 정부 인수위의 핵심 업무는 아무래도 인사와 맞물린 정부조직 개편이다. 정부 조직개편은 ‘큰 정부, 혹은 작은 정부’를 결정하는 시발점이란 측면에서 박근혜 정부가 과연 어떤 국정 철학을 갖고 차기 정부를 운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공약집과 선거운동을 통해 해양수산부를 부활시키고, 미래창조과학부와 정보통신 생태계 전담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기획재정부를 지금의 편제로 유지할지, 아니면 기획예산처를 분리시키는 방법을 선택할지 등도 관심사다. 일단 다른 부처와의 통폐합 없이 박 당선인의 공약만을 반영하면 정부 조직은 현행 15부2처18청에서 18부2처18청으로 확대된다.
아울러 청와대 내 외교안보 분야의 콘트롤타워로 국가안보실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공약도 주목을 끌고 있다. 이명박 정부 기간 중 외교안보 사령탑 부재로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등 안보 및 재난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감안한 것이다. 국가안보실은 노무현 정부 당시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부활과 미국 NSC 등을 참고로 법적 위상과 규모, 역할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제시한 구상은 전반적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 노무현 정부로 되돌리는 형태를 띠고 있는데 과연 어떤 조직개편으로 귀결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 시대적 과제는 경제민주화와 남북관계 개선
박 당선인에게는 실무적 차원의 인사와 정부조직 개편을 뛰어넘는 시대적 과제도 있다. 바로 경제민주화와 남북관계 개선이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총괄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정부의 과제로 “우리 사회에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양극화 문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될 선결과제”라며 “이 문제를 잘 해결하면 자동적으로 국민통합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박근혜 당선인이 51.6%를 얻었고, 48%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반대를 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 갖다가 어떻게 잘 포용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박근혜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공약을 많이 내놓았기 때문에 잘 준비를 해서 철저하게 이행해 나가면 그 사람들도 자연히 따라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이 “경제민주화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헌법의 규범 내에서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면서도 국민경제에 불필요한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해온 박 당선인을 선택한 배경에는 경제민주화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당면과제를 급진적인 변화보다는 안정 속에서 해결해달라는 당부가 담겨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는 박 당선인이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서 ‘저출산 고령화’와 ‘고용 없는 성장’을 극복할 경제활성화 대책도 내놓고 성장동력도 찾아야 한다는 데 있다. 민생대통령을 자임하고 있는 박 당선인의 첫번째 시험대는 바로 민생일 수밖에 없다.
두번째 시대적 과제는 이명박 정부 기간 중 악화와 파행만을 거듭해온 남북관계 정상화다. 특히 북한이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강행한 장거리 로켓(광명성 3호) 발사 성공으로 동북아 정세는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남북대화 재개를 약속한 박 당선인이 어떻게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경제적 교류를 활성화시키면서 ‘통일한국’으로 가는 주춧돌을 놓을 것인지는 박근혜 시대를 뛰어넘어 향후 수십년간 한반도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또 정권교체기인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도 협력과 갈등, 균형과 견제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익과 위상을 극대화시켜나갈 책무를 안고 있다.
‘대한민국 첫 여성대통령’에게 주어진 난제들을 극복하고 해결하기 위한 박근혜 당선인의 분투와 희생을 기대해본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