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 참석
[뉴스핌=노희준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단일화 협상 중단 사태 나흘째인 17일 한 노동계 행사에 모두 참석해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 후보는 서로 만나 악수를 하고 인사는 나눴지만, 자리에 앉은 후로는 단일화 파행 속에서도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간간이 얘기를 주고받은 반면 박 후보는 두 후보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 문·안 두 후보도 축사를 통해서는 서로 겨냥한듯한 발언을 내놓아 어색한 공기도 흘렀다.
세 후보는 이날 오후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한국노총 주최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 노동계 끌어안기에 나섰다. 과학기술나눔마라톤축제(10월 13일), 골목상권살리기운동 전국대표자대회 (10월 29일), 전국수산인한마음대회(11월 6일)에 이은 세 후보의 네 번째 만남이자, 단일화 중단 사태 이후 문·안 후보의 첫 번째 조우다.
단일화 협상이 중단된 상황이라 세간의 관심은 우선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의 분위기에 쏠렸다. 전날부터 '강(强)대 '강(强) 정면충돌 양상으로 치닫던 두 사람이었지만, 포착된 분위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도 간간이 웃으며 이야기도 나눴다.
두 후보측에 따르면, 안 후보가 먼저 문 후보에게 "국민 여러분이 염려가 많은 것 같다"며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고 이에 문 후보는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잘해보자"고 화답했다.
문 후보측은 "현장 방문과 관련된 (두 후보 사이의) 몇 마디 대화가 더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고, 안 후보측은 "문 후보가 현장을 다니는 것이 어떤지 (안 후보에게) 물었고 안 후보는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농성현장 등을 다녀온 것을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축사를 통해 노동계 현안을 말하는 가운데서도 서로를 겨냥한 듯한 발언도 내놓아 묘한 신경전도 펼쳤다.
박 후보에 이어 두 번째로 축사에 나선 문 후보는 "여러분을 뵈니까 제 마음이 든든하다"며 "한국노총은 저와 함께 민주통합당을 창당한 동지다. 그리고 저는 100만 시민과 함께 여러분들이 직접 뽑아주신 대통령후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것이자 100만 시민이 직접 선택한 대통령 후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국민경선 방식을 통해 나온 대통령 후보임을 강조, 여론조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도 읽힌다.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안 후보는 더 직접적이었다. 안 후보는 축사를 통해 "노동자들이 이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치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한푼, 두푼 임금을 올려놔도 온갖 장난으로 실질 임금은 삭감되는 사회 구조는 바로 정치권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이런 정치권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조금씩 개선시키는 근로조건도 바로 후퇴한다"며 "그래서 저는 강하게 정치혁신을 요구하고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뿐 아니라 박 후보까지 포함한 기존 정치권을 겨냥한 것이지만, 전날 민주당의 당 혁신을 문 후보에게 촉구한 터라 방점은 문 후보에게 쏠린 듯했다.
세 후보 중 박 후보는 첫 번째로 연설을 한 뒤 바로 자리를 떴고 문 후보는 안 후보의 연설을 다 들었다.
이런 가운데 문 후보측은 전날의 '강공 모드'를 이어갔다.
진성준 대변인은 안 후보측에 협상 재개와 '새정치공동선언' 발표를 촉구하는 한편, 안 후보의 오는 18일 광주 일정을 '안 후보의 광주 세몰이'로 규정, 이중잣대 비판에도 나섰다. 정상적인 정당의 조직 활동을 구태라고 하면서 안 후보측이 세몰이용 군중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 팬클럽인 '해피스' 등은 오는 18일 조선대에는 대규모 지지행사를 개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 후보측은 이날 문 후보측의 반응에 공식적으로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안 후보 일정과 관련, 안 후보측 관계자는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안 후보의 '해피스' 지지행사 참석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종 결정은 현장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朴-文-安 노동계 표심 껴안기
세 후보는 이날 노동계 표심 끌어안기에도 나섰다.
박 후보는 축사에서 "공공부문부터 상시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며 "차별이 반복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징벌적 금전보상제도를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정년을 60세로 올리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며 "대통령이 되면 정기적으로 노사 대표자들을 직접 만나서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현안들에 대해 같이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겠다. 필요하다면 대통령 직속으로 관련 협의회를 두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임기 내에 비정규직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면서 "지금 10% 밖에 되지 않는 노조 조직률을 더 확대해갈 수 있도록 제가 지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 택시 대중교통 법제화 ▲ 노조 전임자 임금 노사자율 결정 ▲ 창구단일화 조항 폐지 ▲근로자 평균 소득 50%까지 최저 임금 단계적 상승 ▲ 법정 노동시간 준수 ▲ 단체교섭권 신장 등을 제시했다.
안 후보도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만들고 모든 초, 중, 고 대학 과정에 노동 교육을 포함해 노동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 나갈 것"이라며 "한국노총 창립식에 직접 참가해서 축하해주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경제를 살리고 무너진 노동권을 새롭게 복원시키기 위해서는 한국형 뉴딜 정책이 필요하다"며 "뉴딜정책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힘을 키워 노사 대등한 관계를 만들고 스스로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조가 강해야 선진국으로 갈수 있다. 노조가 강해야 사회통합이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