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법정 구속 사태와 관련해 20일 오후 대국민 발표문을 내놓고 진화에 나섰다.
그룹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지만 경영상의 애로나 난관은 없을 것이라는 게 핵심 골자다. 다만 김승연 회장이 직접 추진했던 일부 사업의 차질에 대해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냈다.
장일형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홍보팀장(사장)은 이날 서울 장교동 사옥 10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 본연의 역할에 더욱 매진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하겠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앞서 지난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서경환 부장판사)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으로 김승연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억원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한 바 있다.
장일형 사장은 "최근 그룹 회장과 일부 임원이 법정 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해 많은 안타까움과 유감을 표한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한 계열사별 자율경영체제를 구축해 왔기 때문에 경영상 애로나 난관은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전문경영인들이 최선의 힘을 다해서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전했다. 장 사장은 "총수의 법정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되서 안타깝고, 이번 일로 사회에 심려를 끼쳐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전문경영인 체제가 구축돼 있고, 어떤 경우에도 전직원이 똘똘 뭉쳐서 그룹이 잘못되는 일이 없도록 결의를 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룹 주변에서 대두되고 있는 김승연 회장 부재에 따른 경영차질 우려에 대해서 장 사장은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여러 누수 현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재무적으로 관리를 타이트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분간 최금암 경영기획실장을 통한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면서 모든 계열사 사장들이 자기 사업 분야에서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매일 영업일지나 자금상황을 본부로 보고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김승연 회장이 직접 추진했던 일부 경영현안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높였다. 장 사장은 "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구속으로 인해 이라크 신도시 개발 등 그룹이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 신규 사업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며 "회장이 주도한 건에 대해서 당장 커뮤니케이션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적으로, 이라크 신도시 비스마야 건설 사업의 경우, 이미 10만호 건설의 계약은 마무리된 상태이지만 이후 김승연 회장이 100만호 추가 수주와 신규투자 등을 위해 직접 뛰었던 만큼 당장 소통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계열사인 한화생명의 ING생명 동남아법인 인수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으로 한화는 보고 있다. 당초 입찰의향서 제출 등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이번 사태로 추가적인 논의는 없는 상태다.
그러나 최근 김승연 회장이 추진했던 독일 대형 태양광 업체 큐셀 인수건은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장 사장은 "최근 이사회 승인을 받아 협상할 수 있는 가격 범위를 정해 현재 협상이 진행 중에 있다"면서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재판에 대해서는 항소를 통해 혐의를 벗어 내겠다는 강한 의지도 피력했다.
장 사장은 "1심 선고에서도 검찰의 기소 내용 중 횡령 부분은 모두 무죄가 선고됐고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배임죄 부분의 경우도 기존 검찰의 기소 내용 중 20%에 불과하다"면서 "이 부분 역시 부실 계열사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이루어진 불가피한 현안으로 김승연 회장이나 임직원 누구도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또, "총수 부재가 장기화될 것으로는 생가하지 않는다"면서 "더 큰 손실을 막기 위해서 조그만 손실을 가져왔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해서 혐의를 벗겠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받아들인 검찰의 증거 수집 과정에 대해서도 부당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찰이 김승연 회장에 대해 배임, 횡령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주변 증거로 '김승연 회장은 경영의 신'이라는 문건을 재판부에 제출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는 에피소드를 공개한 것.
해당 문건은 내부 워크샵 교육용으로 직원이 작성한 것으로, 해당 내용을 강의할 사장급 강사에게 전해진 내용이고 실제 강의에서는 이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도 않았다는 게 한화의 주장이다.
장 사장은 "해당 강사가 가지고 있던걸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이 가져간 것인데, 그 자료가 회장께서 모든 것을 챙긴다는 것을 강조하는데 받아들여져 솔직히 그 자료를 보고 어안이 벙벙했다"면서 "설사 강의를 했어도 조직 내부에서 의쌰 의쌰 하는 걸로 문제가 될지는 몰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는 이미 지난 16일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고, 현재 항소 이유서를 준비 중이다. 올해 안에 혐의를 벗고 김승연 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엿보인다.
한편,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김승연 회장은 아직 임직원이나 가족의 면회를 받지 않고 있다. 변호사와 의견을 나누며 심적인 정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장 사장은 "회장께서 다른 사장, 임원들이 조사를 받고 구속되고 2년 동안 그 고생을 하게했다며 굉장히 미안해 하고 있다"면서 "회사의 사업과 경영에 누수는 없는지 등을 걱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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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