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소시엄, '딴지걸고 트집잡고' 사업은 뒷전
[뉴스핌=송협 기자] 최근 수조원 대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공모형 PF사업이 컨소시엄간 내부 갈등으로 인해 잇따라 좌초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설업계는 재개발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나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한 해외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수익이 기대되는 공모형PF 사업은 현재 국내 건설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장고의 갈증을 해갈해줄 수 있는 효자사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천안국제비즈니스파크 조감도 |
하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뛰어들었던 공모형PF사업들이 PFV(특수목적법인)내부 갈등으로 인해 답보상태를 보이거나 첫 삽도 뜨지도 못하고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말 사업을 포기한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오는 2017년까지 천안시 부대·업성·성성동 일원 307만㎡(93만평)부지에 ▲비즈니스호텔 ▲컨벤션센터 ▲국제금융 무역시설 ▲주거단지 ▲상업시설 등을 건립하는 천안시 랜드마크 사업이다.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사업에는 사업 주체인 천안시를 비롯해 ▲대우건설(주간사)▲현대건설 ▲SK건설 ▲두산건설 등 15개 건설사(CI)와 ▲산업은행 ▲다올부동산신탁 등 재무적투자자(FI) 등 20여개사가 참여, 특수목적법인 '천안헤르메카개발'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총 6조 4000억원이 투입되는 천안시 최대 랜드마크 사업인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사업은 지난 5년간 출자사간 토지비 조성 문제에 따른 내부 갈등과 자본증자 유치 실패, 여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잇따라 겹치면서 지난해 11월 사업수주 5년만에 사업 백지화를 선언했다.
천안시는 올 초부터 20여개 출자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인 '헤르메카개발 법인' 청산 작업을 위해 이들 출자사들이 설립자본금으로 지급한 500억원과 이행보증금 337억원을 귀속키 위해 법적 소송에 나서고 있다.
◆ 공모형PF 출자사간 갈등...사업 좌초 부채질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올 초 공모형 PF 조정대상 사업에 대한 신청을 받은 결과 상암 DMC를 비롯해 ▲파주운정 복합단지개발 사업 ▲광명역세권 복합단지개발 사업 ▲남양주별내 복합단지개발 사업 등 7개 사업장으로 사업에 투입되는 비용은 총 11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실현 가능한 사업장은 일부분에 머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언이 지배적이다. 우선 태영건설이 주간사로 참여하고 있는 '광명역세권복합단지개발 사업'의 경우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와 비슷한 시기에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에 참여했지만 5년이 지난 현재까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어 개발수혜를 기대했던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광명역세권 개발은 태영건설이 주간사로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고려개발 등 건설출자사(CI)와 ▲지방행정공제회 ▲농협 ▲외환은행 ▲NH투자증권 ▲광주은행 ▲산업은행 ▲롯데쇼핑 등 재무적투자자(FI)가 총 사업비 1조 5000억원을 투입해 참여하는 최고 59층 높이의 대규모 복합단지다.
지난 2008년 3월 공모형PF를 통해 사업이 추진된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은 1단계 사업으로 공동주택 1169가구, 대형 할인점, 쇼핑몰 등 상업시설과 오피스, 오피스텔, 호텔, 도심엔터테인먼트 시설 등 건립을 2단계로 올해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체 사업 중 주택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수준에 육박하고 여기에 분양가상한제 및 원자재값 상승으로 높은 건축비에 따른 타격이 예상돼 당초 예정했던 사업타당성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출자사들의 우려가 심화됐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광명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광명역세권 개발사업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면서"출자사간 불협화음과 사업 주체인 LH와 재무적투자자(FI)인 지방행정공제회의 지나친 간섭이 사업부진의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광명역세권개발 사업 조감도 |
더욱이 광명역세권개발 사업 컨소시엄의 주간사 태영건설과 주간사인 LH, 재무적투자자(FI)인 지방행정공제회간 미적지근한 관계설정 역시 건설출자사(CI)들의 불만을 고조시키는 도화선으로 작용됐다.
한 건설출자사 관계자는"사업 초기부터 시장 변수에 대한 계산이 부족한 상태에서 뛰어든 사업이었다"며"무엇보다 최대 지분을 보유한 주간사 태영건설의 사업에 대한 의지가 소극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5년이 다되가도록 이렇다할 사업성과는 커녕 오히려 PF조정을 통해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다"면서"출자사로 참여한 건설사들 대다수가 차라리 사업을 포기하자는 입장이 지배적"이라고 덧붙였다.
시행주체인 LH 관계자는 "장기간 부동산경기 침체로 당초 예상했던 사업성이 결여될 것을 우려한 SPC(특수목적법인)가 지난 3월 국토해양부 PF조정위원회에 PF조정 신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PF조정위원회 결정이 나올때까지 당분간 정상적인 사업은 어렵지 않겠냐"고 답했다.
◆ 사업성 놓고 출자사들 '동상이몽'
부동산 개발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키 위해 민간건설사들이 공동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 'PFV(Project Financing Vehicle)'다. PFV는 다수의 민간기업들이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목적으로 출자를 통해 일시적으로 설립된 '프로젝트 금융투자회사'로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출자사간 수익분배 후 청산 수순에 들어간다.
하지만 최근 공모형PF 사업이나 도심재생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 사업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PFV)'가 사업타당성 및 내부적 갈등으로 중도 청산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앞서 6조 4000억원대 규모의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조성'사업에 참여했던 대우건설, 현대건설, SK건설 등이 설립한 '천안 헤르메카개발' 역시 수익성 난조와 내부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결국 청산에 이른 것 처럼 대다수 PFV가 자신들이 당초 예상했던 수익성이 기대치를 벗어 나거나 손실이 우려되면 슬그머니 청산에 나서고 있다.
숭의 아레나파크 조감도 |
비(非)주택 도심개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인천 남구 숭의도시개발 사업 역시 안상수 전 인천시장 당시 공모형PF를 통해 지난 2008년 현대건설을 주간사로 ▲대우건설 ▲포스코건설 ▲한진중공업 ▲태영건설이 1200억원대 PF를 투입 PFV(아레나파크개발)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사업 착수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지지부진 한 상태에 머물고 있다.
인천 숭의도시개발 사업은 숭의 운동장 리모델링과 더불어 운동장 인근 노후된 부지 9만70㎡를 재개발해 오는 2015년까지 유럽식 상업시설, 주상복합 아파트를 건립키 위해 민간건설투자자(CI)들이 PF대출금 1400억원을 출자해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인천의 대표적인 구도심 재생사업 중 하나다.
하지만 인천 숭의도시개발 사업이 5년이 다돼가는 현재까지도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는 PFV 최대주주이자 시행주체인 인천도시공사의 막대한 토지비 산출에 민간출자사들이 발끈하면서 수차례 감정평가가 이어진데 따른 것이다.
숭의 도시개발사업단은 최근 도시공사와 출자사간 재감정평가를 통해 산정된 토지비 약 896억원에 합의하면서 이르면 올 하반기 분양에 나설 전망이다.
◆ 토지비 산정 끝났는데 손실 산적...출자사 갈등 심화
수년 간에 걸친 토지비 산출 문제가 인천도시공사와 민간출자사간 재감정평가로 일단락 되면서 연내 분양 가능성도 기대되고 있지만 일부 출자사들이 '손실'을 우려한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연내 분양이 실현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레나파크 주상복합의 분양가 책정 부분이다. 출자사들이 전망하는 주상복합 아파트 3.3㎡당 예상 분양가는 1075만원이다.
숭의동 인근 K공인 대표는 "숭의 운동장 일대는 인천에서도 대표적인 저평가 지역으로 평가될 만큼 낙후됐다"면서"때문에 평균 분양가 1075만원으로 공급할 경우 상당부분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문제는 올해 사업이 본격화된다 하더라도 인천도시공사에서 공급하는 보금자리주택이 아레나 파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잇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숭의 도시개발사업 시행주체인 아레나파크개발은 분양성과 보금자리주택 공급에 따른 손실액을 감안해 분양가를 1000만원 안팎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지만 일부 건설출자사들의 부정적인 입장이 팽배해 난항이 예상된다.
숭의 도시개발사업 출자사 관계자는 "컨소시엄이라는 건 상호 이득을 위해 구성된 협의체인데, 자신들의 이득만 챙기려 하고 손실분에 대해서는 무조건 발부터 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상태"라며"결국 자기살 파먹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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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협 기자 (back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