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동산팀 송협 팀장 |
풀이하자면 "이가 없으면 입술에 의지하고 있던 것이 없어저셔 불편하더라도 없는대로 참고 살아가야 한다"는 뜻으로 최근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보금자리 아파트 청약에서 순위 내 마감이라는 기염을 토해낸 인천도시공사(사장 오두진)에게 어울리는 표현이다.
최근 인천도시공사가 공급한 '구월 아시아드 선수촌' 보금자리 아파트 청약에서 지난 1년간 순위내 마감이 전무했던 인천지역에서 전평형 마감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치뤄진 '구월 아시아드' 청약접수 결과 대다수 언론매체는 순위 내 전평형 마감한 인천도시공사의 효자상품인 '구월 아시아드'의 선전(善戰) 소식을 앞다퉈 쏟아냈다.
인천도시공사 역시 지난해 11월 전신(前身)이던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송도국제도시에 공급했다가 저조한 청약률 끝에 분양이 중단됐던'송도 웰카운티 5단지'의 참패를 설욕이라도 하듯 보금자리 주택인 아시아드를 인천지역 최대 랜드마크로 부각시키는 등 호들갑을 떨어댔다.
액면 그대로 본다면 지난 1년간 순위내 마감이 전무했던 인천지역에서 '구월 아시아드'가 제대로 한건 올린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가까스로 순위 내 청약을 마감한 인천도시공사의 어설픈 승전보(勝戰譜)를 지켜보는 민간건설사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2014년 아시안게임이라는 상징성을 배경으로 대규모 물량 공급에 나선는 것도 문제지만 터무니없이 높은 토지비를 강요받고 불리한 조건으로 공급에 나서는 민간사들의 세수(稅收)로 배를 채운 인천시나 산하기관인 인천도시공사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投影)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3.3㎡당 790만원대 저렴한 분양가를 앞세운 '구월 아시아드'는 민간건설사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한다. 실제로 구월 아시아드는 인근 구월동 일대 1만 3000여가구 규모의 '구월 힐스테이트',를 비롯한 '구월 캐슬','구월 래미안','구월 자이' 보다 100만원 저렴해 가뜩이나 가격하락에 심화되고 있는 민간 아파트 가격 하락세를 더욱 부채질 하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인천도시공사가 '구월 아시아드'에 몰빵하는데는 막대한 부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다는 우스갯 소리도 만연하다.
현재 인천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은 468%(109조 2000억원)대를 기록하며 공기업 부채율 1위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이어 350%(약 6조 5000억원)이며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 전국 3위, 공사차입금은 7위를 기록할 만큼 가파른 '부채여산(負債如山)에 시달리고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LH에 이어 공기업 중 최대치 부채율을 기록한데는 부동산시장의 변화 및 사업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곳마다 무턱대고 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 듯 지난해 11월 송도국제도시에 공급한 '송도 웰카운티 5단지'가 사상 초유의 처참한 청약률과 함께 분양이 중단되는 사태를 빚었고 이로 인해 수장(首長)인 이춘희 사장이 중도 사퇴하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아울러 수년째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숭의 도심재생사업'을 비롯한 수조원에 이르는 개발사업들이 난항을 보이면서 인천도시공사로 인해 인천시의 재정상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인천도시공사는 재정악화에 따른 책임을 통감하기 위해 백지화되거나 중단된 기존 사업들을 뒤로 한 채 저렴하면서도 수요자들의 니즈를 끌어낼 수 있는 '구월 아시아드' 분양에 매진하는 것은 '치망순역지' 법칙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저급한 행태일 뿐이다.
막대한 부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인천도시공사의 이같은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호사가(好事家)들은 입지가 좋고 민간사와 비교할 때 가격이 저렴한 보금자리 주택 일부가 마감됐다고 해서 천문학적 수치의 부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달리 표현하자면 민간사들에게는 과도한 토지비를 강요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텃밭에서 화단을 가꾸고 있는 공기업이 설령 아시아드 공급량이 6000여가구를 다 털어낸다 하더라도 여전히 '동족방뇨(凍足放尿)'와 같이 '언 발에 오줌 누기'처럼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 청나라 시대 유학자이며 고증학자인 '전대흔(錢大昕)'의 저서 중 <항언록(恒言錄)>에 보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유명한 고사성어가 있다.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내다 판다"라는 뜻으로 '겉보기에는 그럴 듯하게 포장돼 있으나 정작 속내는 변변치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뜻인데 인천시민의 혈세를 받아 수조원에 이르는 개발사업을 펼쳤으나 오히려 막대한 빚에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인천도시공사의 작금의 현실을 겨냥한 표현임에 분명하다.
올해 초 통계에 따르면, 인천시의 재정상태를 고려할 때 탕감하기 위한 기간이 무려 400년이나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인천시 재정상태가 최악에 이르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천시의 재정악화 배경에는 '개발과 번영'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앞세워 인천지역 곳곳을 파헤치며 막대한 시민의 혈세를 낭비한 인천도시공사의 책임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시민의 혈세를 통해 가까스로 생존하고 있는 인천도시공사는 보금자리 주택인 '구월 아시아드' 분양성과를 앞세워 적자난을 해결하겠다는 막연한 소망에서 벗어나 경영정상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모색과 더불어 민간사들과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 '동반성장'의 기초 구상이 시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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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협 기자 (back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