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민정 기자] 한국은행과 시장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겼다. 시장은 한은이 하는 말을 신뢰하지 않고 한은은 시장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한은은 한 달에 한 번 기자 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결정의 배경과 향후 통화정책방향을 설명한다. 그 동안 기자 간담회 때 한은 총재의 멘트는 시장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채권시장에게는 더욱 그랬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시장 참가자들이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 무관심해지기 시작했다. 점심식사를 미루고 들어도 들을 만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총재가 한 시간 넘게 말을 해도 국채선물 가격은 1틱도 움직이지 않을 때가 많다.
김중수 총재와 소통의 어려움을 겪던 채권시장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하는 그린북(최근의 경제동향)을 보고 금통위를 점치기도 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소통 이전에 한은에 대한 ‘신뢰’ 문제를 지적했다.
한 채권시장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금리에 대한 센티먼트(sentiment)가 부족한 것이 원천적인 이유인 것 같다”며 “(김 총재가) 금융 출신이 아니다 보니 시장에서 25bp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 잘 이해를 못하고 기자 간담회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의 성장 정책에 너무 동조한 게 아닌가’하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본다”며 “결과적으로 한은의 소임을 방임한 게 되기 때문에 소통 이전에 신뢰에 달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김 총재가 취임하고 인상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계속 동결했고, 실기로 이어졌다는 판단들이 확산됐다”며 “오죽했으면 금통위를 전망하려면 그린북을 보라는 말까지 나왔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김중수 한은 총재는 소통을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25일 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 참석을 위해 멕시코시티를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장과 소통에 대한 답답함을 호소했다.
김 총재는 “이왕이면 시장에 정보를 많이 줘야 한다고 생각했고,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것 보다는 그게 낫다고 봤다”며 “말 많이 해서 실수하는 부담이나 모호하게 말해서 이해 못하는 부담이나 같았다”고 털어 놨다.
김중수 총재는 일부 언론 매체들이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표현을 잘못 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몇 달째 동결’이라고 표현하면 동결하면 안 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런 표현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지난 28일 공개된 ‘제1차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언론 및 시장의 소통 불협화음에 대해 우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좀 더 적극적으로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통화유통속도가 빨라지면서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언론기사는 경제이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데 기인한 것이므로, 이러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당행이 좀 더 적극적으로 외부에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일부 언론에서 잘못된 보도로 시장에 적절치 않은 기대를 형성할 수 있음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다른 금통위원은 “최근 일부 언론에서는 당행이 물가안정을 위해서 기준금리 인상 대신 지준율 인상이나 총액대출한도 축소와 같은 정책수단을 조만한 활용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지준제도와 총액대출한도제의 주된 운용목적이나 이들 수단 활용 시 실제 정책효과 등과 관련하여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같은 보도가 반복될 경우 통화정책방향에 대한 금융시장의 기대가 적절하지 않은 방향으로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경제주체들이 통화정책의 운영체계라든가 개별 통화정책 수단의 운용목적, 정책효과 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올 들어 한은 내부와 외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커뮤니케이션국을 신설했다. 커뮤니케이션국이 한은과 시장 사이에 꽉 막힌 소통 벽을 얼마나 허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주식투자로 돈좀 벌고 계십니까?
▶ 글로벌 투자시대의 프리미엄 마켓정보 “뉴스핌 골드 클럽”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thesaja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