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그리스 신용부도스왑(CDS) 문제에 대해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가 1일(현지시간) 손실 보상이 요구되는 '신용 이벤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CDS 행사에 따른 신용시장 패닉을 우려했던 그리스와 EU 정책자들은 걱정거리를 덜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는 아직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리스는 디폴트 위기를 수차례 더 맞을 전망이며, 이에 따라 CDS 행사가 발동될 여지가 아직 잠재돼 있다는 지적이다.
또 그리스 정부가 이른바 헤어컷(자발적 손실 부담)을 거부하는 민간 채권단을 대상으로 추진중인 집단행동조항(CAC)이 시행될 경우 CDS 역시 행사될 수 있어 안심할 단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CDS는 채권 투자자들이 손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보험 성격의 파생 상품이다. 해당 채권에 디폴트가 발생하거나 강제적인 채무조정이 이뤄질 때 CDS를 매입한 투자자는 매도자로부터 손실을 보상받게 돼 있다.
이번 그리스 채무조정 과정에 EU 정책자들이 '자발적인' 손실 부담을 강조한 것도 CDS 행사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ISDA는 2000억유로 규모의 민간 채권단 보유 국채 가운데 53.5%의 손실률을 적용해 새로운 장기 채권으로 차환하는 채무조정이 CDS 행사 요건에 해당하는 ‘신용 이벤트’가 아니라는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CDS를 매입한 민간 채권자들은 보상 의무가 발생하는 ‘신용 이벤트’라고 주장했으나 ISDA는 정책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
이와 관련, 파생상품 전문가들과 투자가들은 오는 20일 채권 만기까지 상황이 반전될 여지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20일 이전까지 145억유로 규모의 국채 교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 민간 채권단의 100% 동의를 얻어내지 못해 집단행동조항을 발동하면 CDS 보상 의무가 발생하는 신용 사건에 해당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핌코의 빌 그로스 최고투자전략가(CIO)는 “이번 ISDA의 결정은 CDS 매입자들에게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그리스 국채에 대한 CDS 행사 가능성이 이번 결정으로 완전히 봉쇄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국채 CDS의 행사 여부를 떠나 정치적인 논리로 사태를 봉합하려는 정책자들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리걸 앤 제너럴의 조지 그로츠키 신용 리서치 헤드는 “국채 CDS에 대한 타당성 자체에 의문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중앙예탁기관인 DTC에 따르면 그리스 국채 CDS는 32억5000만달러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