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은지 기자] 삼성전자, 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3위 D램 생산업체인 일본 엘피다가 삼성전자를 뛰어넘겠다고 밝히고 나섰다.
최근 920억엔 규모의 채무 상환을 앞두고 일본 정부와 채권단과의 자금지원 협상이 결렬되는 등 내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 업체인 삼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회생 의지를 보인 것.
엘피다의 고미 히데키 이사 겸 최고기술경영자(CTO)는 22일 니혼게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엘피다는 삼성을 뛰어넘을 준비가 돼 있다"며 "최신 D램 칩을 삼성보다 먼저 시장에 내 놓도록 할 것"이라고 회생 전략을 밝혔다.
엘피다는 최근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를 포함한 2개의 외국 회사들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엘피다의 최첨단 미세가공 기술이 주요 교섭 재료다.
이는 엘피다가 세계 시장에서 삼성보다 앞서고 있는 분야로, 삼성을 직접적으로 언급함으로써 협상력을 높이고 회생 의지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미 이사는 최첨단 미세가공 기술 분야에서 삼성과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면서 "지난해 4월, 엘피다는 세계 최초로 25 나노미터 제조공정을 개발한 회사가 됐다. 이는 미세가공 기술 분야에서는 최고로 발전된 기술이다. 삼성과 엘피다는 모두 25나노미터 공정을 통한 4기가바이트 D램 메모리칩 대량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 배경에 대해 "D램 제조 체계를 '플랫폼화' 한 것이 25나노미터 제조 공정을 통해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대답했다.
고미 이사는 "삼성은 1990년대 중반부터 수년간 미세가공 기술을 선도해왔다"며 "엘피다는 지난 1999년 설립 이래 첨단기술과 대량생산에 있어서 삼성에 항상 반년가량 뒤져왔다. 최신 D램 칩을 시장에 반년 가량 늦게 내 놓는다는 것은 500억엔 규모의 매출 손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 엘피다와 삼성간에 실적 차이가 벌어지는 이유에 대해 "가장 큰 이유는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엔화는 30% 가까이 절상된 반면, 원화는 30% 가까이 평가절하됐으며, 환율 변동 하나만으로도 삼성과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향후 수익성 구조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3월까지 25 나노미터 공정을 통해 D램 칩을 양산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엘피다의 주력제품이 되도록 하는 등 삼성보다 제품을 먼저 시장에 내 놓음으로써 수익성 강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고미 이사는 말했다.
그는 또 "가능한 최대로 제조 시스템을 환율 변동에 덜 민감하게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고, 최신 기술을 즉각적으로 도입해 제조 비용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미 이사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생산성에 대해서는 "마이크론은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에 뛰어든 이후 D램 개발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고 했다.
또 "미국 R&D 센터와 해외 제조 기반시설이 거리상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D램 기술 개발에 있어서 뒤 떨어지고 있는 이유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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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이은지 기자 (sopresciou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