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협 기자] 지난해 591억 달러의 해외 수주를 거둬들이고 있는 국내 건설업계의 기세가 무섭다. 벌써 5년째 이어지고 있는 국내 건설경기 침체를 온몸으로 막아내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건설 코리아'의 위명을 혁혁히 떨치고 있다. 이에따라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강세는 올해 역시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올해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목표인 700억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업계의 노력 뿐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자금력과 기술력, 인력, 외교력 등 전방위에 걸친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한해 해외건설시장 700억불 달성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 건설업계의 각오와 전망을 살펴본다.
◆해외건설수주 700억불, 충분조건은 국가 지원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591억달러로 역대 최고 수주 실적인 2010년의 716억달러에 비하면 83% 수준으로 낮은 실적이다. 하지만 2010년 실적에 사실상 정부가 수주했다고 볼 수 있는 186억달러 규모 UAE 원전을 제외하면 실제 실적은 지난해가 역대 최고인 셈이다.
이 같은 수주실적 추세를 살펴보면 올해 700억달러 수주 달성도 수월히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 국제 경기는 우호적이라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갑작스런 국제 경기위축은 없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연초부터 국내 건설업계의 최대 수주지역인 중동·북아프리카(Middle East North Africa)에 쟈스민 혁명을 위시로 불어온 민주화 운동바람으로 리비아 등에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으며,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재정위기 등 국제 경기 위축은 그 어느해보다 심각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는 국내건설사들의 對 해외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우선 MENA지역에 국한된 수주지역이 아시아 등 신규 개발지역으로 이동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 수주실적은 전년대비 7.4%상승한 194억달러를 기록했으며, 브라질에서도 일관제철소(43억달러)수주로 중남미 수주실적을 크게 늘렸다.
특히 아시아와 중남미는 인구와 개발 정도를 봤을 때 70년대 중후반 중동지역을 상기하는 '황금어장'으로 불려지는 만큼 이 지역 수주 경쟁력 강화는 국내 건설업계의 앞날을 더욱 밝게하고 있다.
아울러 중동지역 '특화상품'인 플랜트에 집중돼 있는 수주 공종도 확대되고 있으며, 이 같은 공종 확대는 지금껏 해외수주시장을 바라만 보고 있던 업체들의 해외 진출을 촉진하고 있다.
지난해 토목, 건축 수주 비중은 전년에 비해 각각 39.6%와 2.7% 상승했으며, 업체별 수주 동향을 볼 때도 엔진어링, 중공업 등 플랜트 업체가 대부분을 차지하던 상황에서 종합 건설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대형사의 거센 강세에 편승한 중소건설사들의 수주 역시 2010년 47억1200만달러에서 지난해에는 48억1600만달러로 다소 상승해 토목, 건축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의 해외 시장 진출에 탄력을 주고 있다.
◆ 해외건설 수주, 안정속 혁신 요구
올해 해외 수주도 700억 달러 달성에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실제 상위 20여 개사의 올해 수주 목표를 합산하면 이미 800억 달러를 넘고 있으며, '중동-플랜트'의 비중 심화 현상은 올해도 여전할 예정이지만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 강화로 수주층은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제 경기와 정세도 비판적이지 않다. 우선 중동지역의 민주화 운동이 지난 1년새 대부분 마무리 돼가고 있는 만큼 국내 건설사들이 바라는 안정된 중동 정세 형성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민주화 운동과 내전으로 소실된 국토를 복구하려는 사업도 진행될 경우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다만 유럽발 재정위기설은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하지만 우리 업계 수주 목표의 52%가 몰려 있는 중동지역은 유가 폭락 등 위험요소가 없는 만큼 지난해 수준의 수주실적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주요 수주국가의 발주 전망도 밝다. 우선 사우디의 경우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가 2010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1250억달러 규모의 5개년 투자계획을 변함 없이 시행될 예정이며, 1200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리비아도 내전 종식에 따라 재건사업을 중심으로 한 정상적인 수주가 예상되고 있다. 이 밖에 카타르도 2022년 월드컵 개최를 위한 사업에 착수해 우리 업체들의 이 지역 진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지역도 싱가포르, 인도, 중국 중심의 공공공사 발주가 줄이을 전망이다. 특히 제12차 경제개발계획의 일환으로 1조 달러를 투입,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는 인도지역은 새로운 수주 격전지가 될 전망이며, 특히 580억달러 규모 석유화학단지 조성 사업은 플랜트에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건설사들로선 놓칠 수 없는 기회로 꼽힌다.
이밖에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전통적 동남아 국가는 공공공사 발주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되며,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도 발전소와 석유화학 플랜트 등이 예정돼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지금껏 국내 업체들의 진출이 미진했던 사하라 이남 남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발주가 활발하다. 남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와 가나, 우간다 등에서 수주가 기대되고 있다.
◆ 정부지원 기대, 과열 경쟁은 '금물'
해외건설 수주 700억달러를 공언한 국토부 역시 최근의 해외건설 수주 확대 모멘텀을 살려 대규모 신규발주가 예상되는 중동,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지난 2010년에 조성한 글로벌인프라펀드에 1500억원을 추가 투자하고 수자원공사, IFC 등과 함께 1조5000억원 규모의 CWF(China Water Fund)를 조성해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 물산업 진출을 지원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해외건설 전문인력 양성 규모를 지난해(1420명)의 2배로 확대하고,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과 청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청년인력 해외 현장훈련 지원제를(OJT) 신설한다.
기술력 확보 지원도 확대된다. 지속적인 R&D 투자(2012년 367억원)로 해외건설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이미 투자한 R&D 사업(해수담수화플랜트) 성과의 상용화를 추진한다.
외교력을 동원, 해외건설 거점지역 내 해외건설협회 지부를 3개 추가 설치(인니, 페루, 리비아)해 프로젝트 정보 제공 및 현지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다만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는 국내 업체간의 과당 경쟁은 넘어야할 산으로 보인다. 특히 해외수주 진출은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반작용인 만큼 업체들의 당장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욕심에 우리 업체끼리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정부가 저가 투찰을 막기 위해 조기경보시스템 등을 운영한다고 해도 기업의 이윤 창출활동을 적극적으로 감시할 수는 없고, 시장경제 개입이라는 부담이 있는 만큼 적극적인 감시가 어려울 것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간 과당 경쟁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정부의 해건협 등 공공의 교통 정리도 요구되고 있다"먀 "다만 간섭이 아닌 지원을 한다는 자세로 해외건설 수주문제에 접근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도 해외건설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눈 앞의 이익에 몰두하기 쉬운 업체들을 지도해 나갈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력과 정보, 기술력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뒤따를 것"이라며 "특히 국토해양부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해외건설 수주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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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Newspim] 송협 기자 (back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