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막아낼뿐…실질적 '사자'세력 자취 감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유럽중앙은행(ECB)이 주변국 국채 매입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수익률 상승을 진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다.
ECB가 가까스로 패닉을 막아내고 있을 뿐 실질적인 ‘사자’ 세력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얘기다.
16일(현지시간) 유로존 국채시장은 ECB와 투자자들의 힘겨루기 속에 급등락했다.
이탈리아 국채수익률은 장초반 6.84%로 떨어지기도 했으나 ECB의 매수 물량이 줄어드는 한편 투자자의 ‘팔자’가 쏟아지면서 다시 7.22%로 급등했다.
이후 ECB가 매입을 늘린 데다 독일이 유로존 재정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수익률은 런던시장 마감 즈음에서 6.98%로 낮아졌다.
스페인 국채수익률 역시 롤러코스터를 탔다. 장 초반 ECB의 매입에 11bp 하락했던 수익률은 상승 반전, 6bp 오른 6.40%를 나타냈다. 독일 국채 대비 스프레드는 이틀 연속 500bp를 웃돌았다.
17일로 예정된 40억유로(54억달러) 규모의 2022년 만기 국채 발행 금리가 큰 폭으로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날 스페인 국채 가격을 끌어내리는 악재로 작용했다.
씨티그룹의 제이미 셜 채권 전략가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는 신뢰할만한 매수 세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이며, ECB의 매입 물량은 가격을 지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전했다.
국채 시장에서는 이미 유동성 경색이라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국채 발행의 응찰 대 입찰 비율에서 시장이 이미 얼어붙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동성이 날로 줄어드는 동시에 변동성은 점차 확대, 투자 리스크가 악화되고 있다고 시장 관계자는 말했다.
이날 프랑스와 독일 국채 스프레드도 장중 193bp를 기록해 유로존 출범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장 후반 187bp로 떨어졌지만 수익률 상승이 프랑스까지 번진 것은 상당히 불안한 조짐으로 풀이된다. 최근 프랑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70% 내외에서 움직이고 있다.
ECB가 보다 공격적인 매입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인 가운데 일부 트레이더는 직접적인 채권 매입이 효과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시장 불안감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주변국에서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으로 확산될 뿐이라는 얘기다.
RBC의 하빈더 시안 수석 채권전략가는 “유로존 국채 시장에서 자금이 독일 국채로만 몰리는 것은 시장 기능을 상실했다는 의미”라며 “ECB의 지원은 변죽 울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날 독일은 국채 발행에 나섰으나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해 우려감을 자아내고 있다.
2년 만기 국채 발행에 입찰은 54억550만유로(74억달러)에 불과, 목표했던 60억유로를 밑돌았다. 입찰 이후 10년물 독일 국채 수익률은 5bp 오른 1.83%를 기록했다.
한편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장 초반 2% 아래로 밀릴 움직임을 보였으나 인플레이션 우려가 진정되면서 낙폭이 축소, 2.00% 수준에서 마쳤다.
[표] 美 국채 주요금리 변화 (단위: 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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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3개월........ 2년물......... 5년물........10년물...... 30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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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0.01(+0.00)..0.24(+0.01).. 0.90(+0.00).. 2.05(-0.01).. 3.08(-0.03)
16일 0.01(+0.00)..0.24(+0.00).. 0.88(-0.02).. 2.00(-0.05).. 3.03(-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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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Bloomberg Market Data, 美 동부시각 17:30 기준
[뉴스핌 Newspim] 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