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우동환 김사헌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의장이 제2차 양적완화(QE2)를 종료한 지 불과 2주 만에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지난달 QE2의 종료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의 다음 행보를 두고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왔지만 QE3는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1년 전과 비슷한 시기에 버냉키 의장은 다시 부양책 카드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태도는 결국 상품시장이나 모멘텀 투자자들만 기를 살려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버냉키 의장은 이제 '증권 시장 부양과 달러화 약세'에 의존하는 모습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뼈아프게 들린다.
13일(현지시각)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보고를 통해 "최근 경기의 약화 흐름이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고 디플레이션 위험도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추가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부진한 경제지표와 디플레이션 압력을 고려하면 경기가 더 약해질 경우 추가적인 부양책이 필요하다는 평가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미 4월 전망보다 하향 조정한 6월 연준의 경기 전망에는 실업률을 비롯한 최근 경제 데이터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추가적인 국채 매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리는 경제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알 수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놓고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버냉키 의장은 최근 미국의 부채한도 논쟁에 대해서 "한도 상한 조정에 실패하면 글로벌 경제 회복세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 경기둔화 일시적이라더니.. 판단 바뀌었나
특히 버냉키 의장의 이번 증언에 대해 시장에서는 최근 경제 흐름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버냉키 의장은 최근 경기 약화가 에너지 비용의 상승과 일본의 지진 피해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견해를 내비쳤지만, 이번 보고를 통해서 노동 시장이 연준이 예상했던 것보다 취약하다고 평가하는 등 위험 요인을 인정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연준의 QE3의 실행 가능성에 다소 엇갈린 전망을 보이고 있다.
헤지펀드 어겐 캐피탈 파트너의 존 킬더프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는 자신과 연준이 최근 종료된 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만족하고 있고 추가 통화완화정책을 시행할 준비가 되어있음을 시사했다"며 "미국의 취약한 고용상태를 감안할 때 QE3가 조만간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반면 RBS 캐피탈 마켓의 탐 포셀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가 추가 수용정책의 문을 열어두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면 이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한 것이 흥미롭다"며 "그러나 그는 여전히 경제둔화가 일시적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이는 '립서비스'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 상품시장이 가장 '환호'했다
버냉키 의장의 추가 양적완화 시사 발언에 상품시장은 크게 반응했다.
금값은 온스당 1585달러까지 상승하며 신고점을 기록했으며 은값 역시 7%가량 상승하며 6주 최고치로 올라섰다.
시장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전날 발언이 모멘텀을 이용한 상품 투자자들에게 큰 자극이 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RBC 캐피탈 마켓츠의 조지 게로 애널리스트는 "버냉키와 두 대륙의 부양책, 중국의 경제 성장세 등이 금 값의 오름세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MF 글로벌의 톰 폴릭키 상품 애널리스트는 "향후 연준의 판단은 QE3쪽으로 더 기울 것으로 보인다"며 "역설적이게도 부진한 경제 지표는 상품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 화폐 찍어내기, 동의 하기 어려워
버냉키 의장이 추가 양적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안에 리차드 피셔 달라스 지역연방은행 총재는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아 연준 내 반대 기류의 충돌을 예고했다.
피셔총재는 이날 달라스 로터리클럽에서의 강연을 통해 "나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이미 한계점을 압박하고 있다고 굳게 믿는다"면서 "미국의 은행과 기업들의 유동성은 지금 넘쳐나고 있다. 유동성을 추가하는 것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정말로 힘을 얻으려면 의회가 미국의 장기 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고 미국 업계가 당면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피셔 총재는 동일본 지진 여파 등 금년 상반기 미국 경제에 타격을 가한 많은 장애 요인들이 약화되고 있음을 가리키며 "경제가 빠른 속도로 전진할 수 있는 많은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플레이션이 계속 상승하고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확산될 경우 나는 다른 누구보다 먼저 양적완화정책 제거를 주장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경제전문가들도 비판적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로퍼시픽 캐피탈의 마이클 펜도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의 말은 뭐든지 달러화만 더 찍어 내면 해결된다는 식"이라면서 "계속 그런 정책을 반복하겠다는 논리는 따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초과지준 부리율을 낮추어서 은행 대출을 자극하겠다는 식의 발상은 또다른 미친 대출 붐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비판하고 "디플레를 막자고 일시적인 인플레이션을 더 끌고 가겠다는 식도 잘못된 식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스핌 Newspim] 우동환 기자(redwax@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