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점사업 IPE 축소, 정만원 그늘 벗기 안간힘
[뉴스핌=배군득 기자] SK텔레콤 하성민 사장(사진)이 체제 출범 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하성민 사장만의 색깔을 입히는데 주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 조직개편에서는 스피드, 실행력, 응집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사업 발굴과 추진력을 높이는 한편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가지는 자기 완결적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취임 초부터 내걸은 ‘조직 슬림화’가 조직개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플랫폼 사장 조직과 GMS(Global Management Service) CIC 내 일부 스태프 부서를 최소화하는 등 사업추진 효율성과 실행력 제고에 중점을 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 동안 전임 사장인 정만원 SK그룹 부회장이 추진하던 사업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 사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역점 사업이던 산업생산성향상(IPE)도 명칭 변경과 사업이 축소됐고 애플 아이폰4 도입으로 삼성전자와 관계가 악화되는 등 기존 정책의 전면 수정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른바 전임 사장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순이 시작된 것이다.
전임 정만원 사장이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한 IPE는 SK텔레콤 중장기 계획의 핵심으로 통신시장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 부문에 걸쳐 시너지를 내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었다.
당시 SK텔레콤에서 제시한 IPE는 KT의 ‘역발상’, LG유플러스의 ‘탈통신’ 정책과 더불어 통신시장 다변화를 꾀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사장이 SK텔레콤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도 IPE가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컸다.
정 사장은 IPE를 통해 2020년까지 매출 20조원 달성, 해외 매출을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중장기 정책이 2년도 채 안된 시점에서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하성민 사장이 B2B(기업간 거래) 역량 강화를 명목으로 IPE 사업단을 C&S(Consulting & Solution) 사업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업사업부문 산하 조직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사장 직속 단독 부서가 산하 조직으로 편성된 것은 사업성이나 수익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당초 IPE 목표였던 2020년 매출 20조원 달성에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하 사장의 경영 방침이 전임 정만원 사장과 대치되는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그 동안 우호적 관계에 있던 삼성전자를 과감히 버리고 애플과 손을 잡은 것이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전임 정 사장이 통신시장 위기에 내몰리면서 자존심을 지키며 삼성전자 갤럭시S로 스마트폰 승부수를 띄운 반면 하 사장은 현실과 실리를 택했다.
반면 지난해 기업사업부문으로 격상된 MNO(Mobile Network Operator) CIC는 IPE 사업을 산하조직으로 거두는 등 하 사장 체제의 중심으로 활약할 전망이다. MNO가 격상된 기업사업부문은 하 사장이 MNO 사장 재임 시절부터 공들여왔던 부분이다.
통신업계에서는 하 사장의 이 같은 경영방침에 대해 내부적으로 정만원 사장과 불협화음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자존심과 추진력으로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했던 정만원 사장과 달리 철저한 시장 분석과 흐름에 동참하려는 하성민 사장의 다른 성향이 사업을 추진하는데 갈등을 빚었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공공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하 사장은 “이번 조직개편을 계기로 모든 직원들이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인 일처리 방식을 탈피해 달라”며 “실력을 바탕으로 자율과 권한을 가지고 성과를 창출하는 문화가 조기 정착될 수 있도록 전 직원이 노력해 달라”고 말해 기존 경영 방침의 전면 수정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하성민 사장이 MNO 사장 시절부터 SK텔레콤 주요 사업에 대해 무리수가 있다는 견해가 높았던 것으로 안다”며 “실리와 분석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전임 사장인 정만원 부회장의 색깔을 바꿀 필요성을 인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