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배규민 기자]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6일 대표이사 직을 사퇴하고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신 사장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신한금융그룹 최고 경영진 3인방을 둘러싼 내분사태가 큰 고비를 넘기고 해결 실마리를 찾은 것이다.
지난 20여 년 간 신한은행을 이끌어온 라응찬 신한지주 전 회장과 그를 따른 이백순 행장이 한편이 되고, 2인자인 신 사장이 또 다른 한편이 되어 서로 물고 뜯는 진흙탕 싸움을 벌여온지 석달여 만이다.
이들은 호형호제하면서 신한은행이 국내 최고의 은행으로 도약한 데 이어 이를 모태로 최고의 금융그룹으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들의 갈등은 신한금융그룹 내부에서는 물론 금융인이나 세인들에게서 조차도 당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을 샀다.
경위야 어찌됐든 신한지주의 내분이 봉합되고 새로운 출발을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시장은 이에 즉각 주가 회복으로 화답했다.
사퇴와 고소 취하 소식이 나온 당일 곧바로 신한지주 주가는 전일보다 2250원 오른 4만 7000원으로 마감했고 오늘도 이 수준에서 진퇴를 거듭하고 있다.
시가총액 역시 내분 사태 직전인 9월 1일의 21조 9080억원 수준을 웃돌고 있다.
시장의 환영을 받긴 했지만 신한지주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이제 1라운드가 끝나고 제 2라운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라운드에서 풀어야할 가장 중요한 숙제는 새로운 지배구조를 만들고 새 수장을 맞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이 중에서도 새 시대에 걸맞은 신한금융그룹으로 이끌 수장을 누구로 선택하느냐가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차대한 과제다.
신한지주 내부나 금융계에서는 새 수장의 자격 조건으로 우선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첫째는 신한 정신과 기업문화를 계승하고 발전 심화 시킬 수 있어야 하고, 둘째는 내분 과정에서 드러난 갈등을 치유하고 조직을 다시 융합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신한맨들은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도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고 똘똘 뭉치는 단결력은 타 금융기관의 부러움을 사왔다. 석 달간의 경영진 내분 속에서도 신한은행의 영업력이 거의 훼손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 건 이런 신한정신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런 신한문화가 형성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도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독립돼 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신한정신이 지켜지기 위해서라도 정치권의 줄을 타지 않고 조직을 화합시킬 수 있는 사람이 새 수장이 돼야 한다는 게 신한맨들의 정서이자 금융인들의 바람이기도 하다.
금융기관이 정치 바람을 탈 때 그 결과가 항상 불행했다는 건 금융계의 역사가 증언한다.
새 수장을 뽑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입김이 불어 닥치면 “신한은행을 최고의 은행으로 만드는데 30년이 걸렸지만 망가지는 데는 3년도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신한맨들의 우려는 과장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정치권의 입김이 닿지 않은 신한지주 출신이 새 수장이 된다고 해도 걱정이 모두 해소되는 건 아니다.
신한지주와 주요 자회사 임원이나 부장 이상 간부 상당수가 친 아무개파와 그 반대파 또는 중립파로 갈라서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배타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결과가 나타난다면 조직 전체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적으로나 기존의 내부 권력구도에서 중립적인 인사가 필요하다는 게 신한맨 뿐 아니라 지켜보는 금융계 인사들의 중론이다.
또 내분 과정에서 갈라졌던 은행노조와 재일동포 주주들도 이제는 화합을 위해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모쪼록 신한맨들이 자긍심을 되살리고 우리나라 금융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