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비 펄프 70%, 폐지 100% 올라
2위 무림도 가격 인상 "검토 중"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국내 제지업계 1위 한솔이 인쇄용지, 포장재 등 자사 주요 제품 가격 인상을 저울질 하고 있다. 주요 원자재인 펄프 가격이 지난해 상반기 이후 최대 70% 이상 뛰어오른 데다 세계적으로 치솟는 해운 운임도 부담이다.
한솔제지의 지난 1분기 실적도 크게 악화된 상태다. 업계 2위 무림페이퍼도 가격 인상을 고심 중인 가운데 제조업 전반을 뒤흔들고 있는 '원자재 쇼크'가 제지업계를 강타하는 모습이다.
[서울=뉴스핌] 조석근 기자=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실적 추이 2021.06.07 mysun@newspim.com |
◆펄프 가격 톤당 925달러 '역대 최고'
8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한솔제지는 주요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한솔제지 측은 가격 인상 제품군, 인상 폭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피했지만 "원재료 가격 및 물류비용 증가로 인한 이중고로 제품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제 펄프 시세는 5월말 기준 톤당 925달러로 역대 최고치다. 펄프 가격은 지난해 8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인한 수요 급감으로 톤당 530달러,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현재 시세는 당시와 비교하면 74% 급등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회복 국면으로 전환된 가운데 각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안을 쏟아냈다. 글로벌 물동량이 빠르게 살아나면서 해운 수요가 갑자기 몰려 운임도 크게 오르고 있다.
주요 운임지표 중 하나인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의 경우 지난 5일 3613.07를 기록했다. 2009년 10월 집계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4배나 올랐다. 국내 제지업계 입장에서도 원자재 수입과 제품 수출을 위한 비용이 그만큼 상승했다는 뜻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한솔제지의 지난 1분기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감지된다. 지난 1분기 한솔제지 매출액은 4245억원, 영업이익은 159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0.9%, 61% 감소한 금액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1분기 9.5%에서 올해 3.7%까지 크게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지는 가격 변동성이 적은 데다 매출원가 비중이 큰 대표적 업종"이라며 "제지업체마다 원가 압박에 대한 내부 고민도 그만큼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국제 펄프 가격 추이 [자료=산업통상자원부] |
◆'원자재 쇼크'에 2위 무림도 가격 인상 검토
국내 2위 제지업체인 무림페이퍼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무림페이퍼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2천432억원, 영업손실은 98억원이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164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무림페이퍼는 지난 3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펄프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급등 시점과 맞물린다. 무림페이퍼 관계자도 "원자재 부담으로 인해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제지업계 입장에선 폐지가격도 부담이다. 펄프가 인쇄용지, 특수용지 원료라면 전체 제지시장 절반에 해당하는 각종 포장재의 주원료는 폐지다. 펄프는 인도네시아, 칠레, 브라질 등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데 반해 폐지 대부분은 국내에서 조달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택배물류 급증으로 포장재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폐지 가격도 크게 치솟는 추세다. 산자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폐지(OCC 폐골판지) 가격은 kg당 116.1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0.8% 올랐다.
제지업계 관계자는 "6월 이후 장마로 접어들면 폐지수거도 어려워져 수급 불균형이 예상된다"며 "특수지 생산에 들어가는 라텍스, 탄산칼슘 등 화학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어 이대로면 실적이 더 악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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