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박민경 기자 = 여성의 신체를 본뜬 이른바 '리얼돌'(성인용 인형)의 수입을 막은 세관 조치가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단순히 외형만으로 음란물로 단정해 통관을 보류한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헬스케어 제품 유통업체 케어앤셰어가 김포공항세관장을 상대로 낸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소송에서 세관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케어앤셰어는 2020년 3월 'DOLL'이라는 품명으로 리얼돌 3점을 수입했으나, 김포공항세관은 성인용품통관심사위원회 심사를 거쳐 풍속을 해칠 우려로 통관을 보류했다. 이에 회사는 관세청에 행정심사를 청구했지만 법정 결정 기간인 90일 내 결과가 나오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관세청이 청구를 기각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모두 세관의 통관 보류 처분이 위법하다며 회사 측의 승소로 판결했다.
1심은 수입 통관 보류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고 이를 취소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을 사용하는 공간, 주변 환경, 사용주체, 용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그 형상만을 기준으로 성풍속을 해친다고 본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을 맡은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물품을 전체적으로 관찰해 보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줄 수는 있으나,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묘사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통관 단계에서는 이 사건 물품의 사용 목적이나 장소, 환경 등이 확인된 바도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물품은 여성의 모습을 비교적 자세히 표현하고 있지만 노골적인 방식으로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음란성을 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16세 미만 미성년자의 신체 외관을 본뜬 성행위 도구로 볼 근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리얼돌이 수입 이후 유통돼 공공장소 등 사적인 공간 밖에서 사용될 경우 풍속을 해칠 우려가 인정될 여지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은 리얼돌 수입 통관 문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법원이 "형상만으로 음란성 여부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기준을 명확히 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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