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FR "유럽, 독자적 핵·군사 체계 구축 서둘러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미국 상원에서 손꼽히는 '외교통'인 진 샤힌(민주·뉴햄프셔)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주 공개한 '2026 국방전략(NDS)'을 "자가당착"이라고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는 나아가 이번 전략이 "미국 의존형 억제 구조가 해체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유럽의 국방 자립을 촉구하고 나서는 등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 샤힌 상원의원 "중국 위협 외면, 동맹 훼손 자가당착"
상원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옵서버 그룹 공동의장인 샤힌 의원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밤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국가 안보의 실질적 위협인 '중국'을 다루는 데 다시 한 번 실패했다"고 직격했다. 성명은 새 국방전략이 과거 공화·민주 양당 행정부가 일관되게 견지해 온 '중국 핵심 위협론'에서 부당하게 초점을 돌려, 나토와 동맹 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샤힌 의원은 동맹국에 미국조차 달성하지 못한 수준의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점을 꼬집으며 "이런 전략은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국방부가 대통령에게 그린란드, 멕시코만, 파나마운하 등에 대한 미국의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겠다고 명시한 대목을 문제 삼으며, "이러한 행보는 미국과 동맹 모두에 해로우며, 나토 분열을 바라는 푸틴과 시진핑에게만 이익이 될 뿐"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샤힌 의원은 앞서 나토 동맹국의 영토를 봉쇄, 점령, 병합하려는 시도에 미 국방부나 국무부 예산이 사용되는 것을 원천 차단토록 규정한 '나토 단합 보호법(NATO Unity Protection Act)'을 발의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덴마크 코펜하겐을 직접 방문해 "그린란드에 대한 위협은 나토를 분열시켜 푸틴과 시진핑에게 이익을 줄 뿐"이라며, 의회 차원의 강력한 저지 의사를 천명했다.
◆ ECFR "해체된 억제력…유럽, 미국 없는 국방 준비해야"
유럽의 외교·안보 정책 전문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회(ECFR)도 26일 발표한 긴급 보고서 '해체된 억제력: 트럼프의 국방전략이 유럽에 의미하는 바(Disintegrated deterrence: What Trump's National Defense Strategy means for Europe)'에서 이번 NDS를 "내부 모순과 행동의 불일치로 가득 찬 냉혹한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NDS가 더 이상 유럽 방위를 미국의 최우선 과제로 두지 않으며, 동맹에 대한 미국의 확장 억제 공약도 사실상 약화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보고서는 러시아를 '관리 가능한 위협'으로 축소하면서도 러시아로부터 방어를 빌미로 그린란드 소유권을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순을 짚었다.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곳은 방어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는 상황에서, NDS가 약속한 '제한적 지원'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ECFR는 유럽이 △정보·지휘통제·장거리 타격 자산의 독자 확보 △미군 없이도 작동하는 독립적 작전 체계 구축 △영국·프랑스 핵전력의 유럽 차원 발전을 통한 핵 보호막 공백 해소 등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지난 23일, 중국을 핵심 위협으로 규정했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미 본토 방어와 에너지 안보 자산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2026 국방전략(NDS)' 요약본을 공개했다. 이번 전략은 트럼프 행정부 내 패권주의와 고립주의 시각을 절충했으나, 동맹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과 제한적 지원을 명시하고 있어 국제 안보 지형에 거센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dczoomin@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