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G마켓·SSG닷컴 반사이익…고객 이동 수치로 드러나
'대체 쿠팡' 찾는 소비자 늘어…연말 쇼핑 판도 변수
멤버십·배송 경쟁력 앞세운 플랫폼 전략 가속
승부는 유입 아닌 안착…중장기 경쟁 국면 진입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의 3370만명 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관망하던 이커머스 업계가 본격적인 고객 유치 경쟁에 돌입했다. 정부가 영업정지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쿠팡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실제 이용자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나자 경쟁 플랫폼들이 '탈팡' 고객을 겨냥한 공세로 방향을 전환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기 이슈가 아닌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가를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강경 발언과 함께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13일 쿠팡의 일간 활성 이용자 수(DAU)는 평균 1561만24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9% 감소한 수치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확산되기 이전인 지난 11월 23~29일 평균 이용자 수 1603만9824명과 비교해도 현저히 줄어든 규모다. 사고 직후 계정 안전 여부를 확인하려는 이용자 유입으로 일시적인 트래픽 반등이 있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 직후 유통업계는 개인정보 이슈에 대한 경계심 속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경우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판단이 컸고 업계 전반에 보안 이슈가 확산될 가능성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쿠팡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경쟁 플랫폼들이 본격적인 고객 흡수에 나섰다.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의 이용자 수는 일제히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탈팡'한 고객은 많지 않지만 '대체 쿠팡'을 고려 중인 고객은 상당수다. 이에 따라 G마켓과 11번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트래픽이 동반 상승했으며, 특히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는 해당 기간 이용자가 20% 이상 급증하며 가장 큰 반사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탈팡' 고객 이동이 체감 수준을 넘어 실제 수치로 확인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주요 플랫폼들은 할인과 배송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G마켓은 스타배송 주7일 배송 체계를 기반으로 '주말에도 도착보장' 정례 프로모션을 신설해 생필품과 가공식품 중심의 주말 수요 공략에 나섰다. 네이버는 'BIG 멤버십데이'를 열고 멤버십 할인과 적립 혜택을 강화하며 대규모 트래픽 흡수에 집중하고 있다. SSG닷컴 역시 계란과 삼겹살 등 장보기 핵심 품목 특가전을 확대하는 한편, 쓱배송과 쓱새벽배송에 더해 퀵커머스 경쟁력까지 강화하고 나섰다. 컬리는 오는 29일까지 컬리푸드페스타 기획전을 열고 이곳에서 선보인 상품들을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를 개최 중이다.

오프라인 유통사들도 고객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 온라인 그로서리 플랫폼 '롯데마트 제타'는 지난 17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에 그로서리 배송 혜택을 도입했다. 이번 제휴를 통해 네이버플러스 멤버십 회원은 월 2900원 상당의 '제타패스'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제타패스는 1만5000원 이상 구매 시 무제한 무료배송이 적용되는 구독형 서비스다.
롯데마트 제타는 제휴를 기념해 주요 상품 특가 행사도 함께 선보인다. 제타패스 회원을 대상으로 24일까지는 '행복생생란(대란·30입)'을, 25일부터 31일까지는 '요리하다×정지선 목화솜 탕수육'을 일자별 특가로 판매한다. 아울러 내년에는 부산 지역에 고객 풀필먼트 센터(CFC)를 오픈해 물류 운영을 자동화하고, 배송 시간대 지정 범위를 더욱 세분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국면이 단순한 할인 경쟁을 넘어, 쿠팡에서 이탈한 고객을 얼마나 자사 플랫폼에 안착시키느냐를 가르는 싸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이 단기간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그동안 독점적 지위에서 형성된 수요 일부만 흡수해도 경쟁 플랫폼으로서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점유율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어렵겠지만, 쿠팡 중심으로 쏠렸던 수요를 나눠 갖는 것만으로도 다음 단계로 나아갈 발판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네이버는 플랫폼 파워와 멤버십 구조를 감안하면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mkyo@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