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미분양·공사비·PF '4대 변수'
내년 SOC·공공주택이 버팀목이지만
업계 체감 회복세는 제약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내년 건설 경기는 수주 증가에도 불구하고 체감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 부담과 미분양 누적, 공사비 상승, 규제 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산업 전반의 회복 탄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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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이 4일 열린 '2026년 건설·자재·부동산 경기전망 및 시장 안정·지속가능성 확보 세미나'에서 내년도 건설경기 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정영희 기자] |
◆ 금리·공사비·규제 3중고에 숨 고르는 업계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하 '건산연')은 '2026년 건설·자재·부동산 경기전망 및 시장 안정·지속가능성 확보 세미나'를 통해 내년도 건설수주가 전년 대비 4.0% 증가한 23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건설업계는 경기순환의 일시 침체를 넘어 '저성장·고비용·고위험'이 겹친 구조적 위기 국면에 놓였다. 건설투자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에도 감소폭이 확대됐다. 올해 1~8월 기준 건설기성(불변)은 전년 동기 대비 18.5% 줄었고, 착공면적도 16.0% 감소했다.
수주는 전년 대비 3.7% 회복했으나 토목 분야에서 30.1% 급감하면서 수주에서 착공, 기성으로 연결되는 연결고리가 끊긴 상황이다. 이지혜 건산연 연구위원은 "수주가 숫자상 반등해도 공정 지연과 금융비용 부담이 이어지면 체감 회복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건설업 종사자의 체감 경기를 보여주는 건설경기실사 종합실적지수(CBSI)는 꾸준히 70선대에 머무르고 있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 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지난 9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1.66으로 2000년 1월(46.14) 매달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는 인하 국면이나 지난해 5.07%까지 오른 건설업 차입금 평균이자율은 올해 역시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건설사 뇌관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지난 8월 기준 전국 2만7600가구로 2013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 연구위원은 "분양·착공 의사결정의 핵심 제약은 금리와 미분양"이라며 "완공 후 미분양 누적은 신규 착공을 더욱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험은 어느 정도 해소됐으나 아직 안심하긴 어려운 단계다. 올 6월 말 PF 익스포저는 186조6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4조1000억원 축소됐고, PF 대출 연체율은 4.39%로 0.11%p 낮아졌다. 같은 기간 유의·부실우려 사업장 12조7000억원이 정리·재구조화됐다.
비수도권·중소 시행사 위험은 잔존한다. 정부가 안전·노동 분야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진입하는 수요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 연구위원은 "생산성 정체, 인력 고령화, 다단계 산업 구조가 구조적 리스크로 회복탄성을 떨어뜨린다"며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며 수요 위축·사업성 악화·불확실성 확대의 삼중 압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 "수주 늘어도 체감은 제자리"… 위기 장기전 돌입하나
내년 부문별 건설수주는 공공 72조3000억원, 민간 158조9000억원으로 각각 8.4%와 2.2%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공공 부문은 SOC(사회기반시설) 예산 확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증가에 힘입어 토목과 공공주택 부문에서 수주 증가가 예상된다.
민간은 주택 수요 억제 정책과 미분양 정체로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타기 어렵고, 공사비 부담·안전·노동 규제 강화 등이 수주 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거 부문은 올해 대비 4.1% 오른 110조5000억원을 수주할 것으로 보이며 상대적 회복세가 예측되는 상황이다.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270조원에 머무를 전망이나 반등 신호는 아니다. 올해 8.8% 감소한 데 따른 기저효과가 대폭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위원은 "공공사업 정상화 또한 반등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라며 "다만 착공 지연이 지속돼 민간 투자 부문에서는 회복이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선 건설 경기 침체를 단순한 경기순환의 저점이 아닌 구조적 위기로 진단한다. 건설투자와 기성, 착공 면적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데다 평균 대출 금리가 5%대로 높아지면서 금융비용 부담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동시에 생산성 저하, 인력 고령화, 다단계 하도급 구조 등도 산업 전반의 회복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공공 발주 가속화와 노후 인프라 보수 등 즉시 집행 가능한 물량을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건설·모듈러·AI·BIM 등 기술 내재화를 통해 산업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안전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지속가능 투자, 광역 교통망과 디지털 인프라를 결합한 복합개발 등 미래 수요 대응형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단기 물량 창출과 산업 체질 개선이 병행되지 않으면 위기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hulsoofriend@newspi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