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부실한 국가재정 때문에 병자 취급을 받으며 한 때 '유럽의 돼지들(PIGS)'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국가들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가 올해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수준까지 떨어뜨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PIGS는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의 영문 국가명에서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이다.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3%를 넘으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선을 넘으면 재정건전화 권고를 내리고 시정조치를 따르지 않으면 벌금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GDP 대비 9.4%를 기록한 뒤 2021년 8.9%, 2022년 8.1%, 2023년 7.2%, 2024년 3.4%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작년에 EU의 재정건전화 조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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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지안카를로 조르제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최근 공개 발언을 통해 올해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가 GDP 대비 3%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수치는 이탈리아 정부가 당초 예상했던 3.3%보다 낮은 수준이며, 내년까지 EU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을 1년 앞당긴 것이라고 FT는 말했다.
최신 전망은 지난달 25일 밤 이탈리아 의회에 제출된 공공재정계획 문서에 포함됐다고 한다.
이탈리아 재정의 호전은 예상을 크게 웃도는 조세 수입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세수는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으로는 160억 유로(약 26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탈리아 경제학자들은 "견고한 고용 성장과 인플레이션의 압력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임금과 소비 가격이 상승해 세수 증가 효과가 나타난다.
마리오 드라기 전 총리의 경제 자문을 지낸 프란체스코 자바치는 "이탈리아의 재정 개선은 인플레이션에 의한 것이며, 이는 많은 가계의 구매력을 희생시킨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많은 이탈리아인들이 임금 인상을 얻었지만 그 결과 더 높은 세율 구간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세율 구간 밀어올림(브래킷 크리프)'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적자 감소는 긍정적인 신호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한 경제 성장은 향후 긍정적인 전망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해 경제가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공격이 수출업자들에게 타격을 주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만 향후 몇 년간 경제 모멘텀은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26년 경제성장률이 0.7%를 기록하고 2027년에는 0.8%, 2028년에는 0.9%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탈리아가 실제로 3% 적자 기준을 지켰는지 여부를 2026년 봄 연간 확정치가 나온 뒤 평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