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 한인 유학생 등 가자전쟁 반대 시위 이유로 추방 위기
트럼프 행정부 '반유대주의' 유학생 추방 시조에 제동 걸릴지 주목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항의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국무부와 국토안보부의 추방 시도가 수정헌법 제1조에 보장된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미 연방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올 해 초 미국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한인 유학생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추방될 위기에 처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의 반유대주의 성향 외국인 유학생 추방 방침에 제동이 걸릴 지 주목된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보스턴 연방법원의 윌리엄 영 판사는 올 해 초 트럼프 행정부가 비시민권자인 팔레스타인 지지 외국 유학생 등 활동가들을 불법적으로 구금·추방하려 한 것은 수정헌법 제1조를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이 날 판결했다. 영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를 '진정으로 스캔들에 가까운, 위헌적 언론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 시절 임명된 영 판사는 판결문에서 국토안보부와 국무부가 정부에 반대 목소리를 낸 비시민권자인 외국 유학생들을 겨냥했으며, 목표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를 위축시키고 학생들을 위협하는 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자유는 매 세대가 끊임없이 지키고 방어해야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추후 심리를 거쳐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행위에 대한 구체적 처방을 내리겠다고 예고했다.
올해 3월 초부터 미 이민당국은 미국 대학 내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에 반대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체포·추방하기 위한 작전을 벌였다. 체포된 학생들 중 일부는 수 주간 수백 km 떨어진 이민세관단속국(ICE) 구치시설에 수감됐다. 미국 영주권자 신분인 한인 유학생 정 모씨 역시 당시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여한 뒤 ICE로부터 영주권 취소 통보와 함께 추적을 받기도 했다. 터프츠대 아동발달학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루메이사 외즈튀르크 역시 올 3월 보스턴 자택에서 복면 요원들에게 체포됐다. 당시 국토안보부는 그가 "하마스를 지지하는 활동에 참여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1년 전 학내 신문에 다른 학생 3명과 공동 기고한, 가자 전쟁 당시 대학 당국의 대응을 비판하는 칼럼이 문제가 됐다.
![]() |
2025년 9월 2일, 미국 뉴욕시 컬럼비아대학교 가을 학기 첫날에 교수진과 강사진이 교정 밖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소송을 제기한 미국대학교수협회(AAUP)는 재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컬럼비아대의 마흐무드 칼릴과 모흐센 마드아위, 터프츠대의 루메이사 외즈튀르크 등 유학생들의 영주권과 비자 취소를 추진한 것은 '사상적 추방(ideological deportation)' 정책을 추진했음을 입증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와 국무부, 국토안보부는 이 조치를 반유대주의에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겨냥된 학생들이 폭력을 조장하거나 하마스를 지지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폈다고 WP는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증인 진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국토안보부의 범죄·테러 분석 인력이 동원돼 학생 시위자들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전례 없는 방식을 사용했다. 또 시위자 분석 과정에서 이스라엘 옹호 단체(Canary Mission)가 작성한 수천 개의 시위자 프로필에 크게 의존했다.
WP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와 원고측 변호인들은 비시민권자에게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가 어디까지 보장되는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고 전했다. 피고인 법무부 측은 비시민권자의 권리는 제한적이라며, 정치후원금 기부 금지를 그 근거로 들었고 원고 측은 여러 판례를 근거로 "합법적으로 입국한 비시민권자도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온전히 누린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결국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dczoomin@newspim.com